<금주의쟁점><전문가의견>작품속의 동성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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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내일로 흐르는 강』이란 영화가 개봉됐다.사람들은 이 영화가대담하게 선택했던 동성애적 인간관계란 소재에 대해 매우 놀란 듯 하고,또 어떤 이는 아예 감격까지 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또 지난해 몇몇 TV드라마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선택했던 바 있고 이미 여러 광고에서는 동성애자,혹은 성전환자를 모델로 삼은 예도 있었다.이런 사정들에 비춰볼 때 이제 우리 사회도 대중문화의 영역 속에 동성애란 테마를 등록시키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동성애란 것이 우리 사회에 언제나 존재했던 인간관계의 하나이고,또 얼마든지 그 폭이 다양할 수 있는 성(性)정체성 가운데 하나라 친다면 우리가 그렇게 정색하고 수선스러울이유가 없는 것이다.따라서 우리는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갑작스런 관심,아니 편집증 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동성애가 성을 이해하고 판별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했다면 그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그것을 자꾸만 헤집어보고자 하는 쪽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으로 심증을 굳힐 이유가 있다.
우리는 지금의 동성애 붐을 모든 인간관계의 공리였으며 사랑의보편적 법칙이었던 이성애라는 것이 동요하는데 따른,또 그것이 위기에 봉착함에 따른 결과는 아닌지 솔직히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그리고 사실 그렇게 볼 때만 우리가 대중문 화 속에서 마주치는 동성애의 여러가지 얼굴을 납득할 수 있다.어느 때에는 여자다운 남자이기도 하고,어느 때엔 결혼과 가족을 거부하는 무법자이기도 하고,또 어느 경우에는 자기의 육체와 감각에 대해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기도 한 것이 우리가 보는 동성애자의 다채로운 얼굴이다.그리고 그렇게 제시되는 동성애자의 모습 속에는 그렇게 보는 자의 시선과 사고에 숨겨진 난처함이 배어있다.다시말해 우리는 지금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경계선 사이에서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르며,나아가 성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자기에게 강요되는 이런저런 사회적 역할과 육체에 대한 태도에 권태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래서 우리는 지금 얼마간동성애를 관람하고 해부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감히 한번도 뒤집어■생각할 용기가 없었던 자신의 성과 사랑에 대해 에둘러 질문하기 위해 우리는 부득불 바깥에서 반문과 성찰의 재료를 찾고자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지금 대중문화 속에서 조우하는 동성애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처한 성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을 봉쇄하고 이를 상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궁여지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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