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쟁점><전문가의견>작품속의 동성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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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꿈꾸는 것은 자유롭다.불륜과 혁명,혹은 살인과 파괴,모험과 사랑…영화는 어차피 「엿보기」「훔쳐보기」며 「꿈꾸기」다.이 「꿈꾸기」가 관객의 경험에 일치하지 않을수록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재미있다.한국 현대사에 묘한 가족사(家族史)를 접합시켜 영화는 부지런히 보여준다.장의사,웨딩숍,산부인과의 간판,사촌간의 사랑과 동성애,록그룹 「애니멀스」의 『해뜨는 집』과 한명숙의 『노란샤쓰입은 사나이』….그래서 요사이 유행하는 3부작 옴니버스 형식만큼이나 산뜻한 느낌도 갖게 한다.어떤 의미에서 스타가 설쳐대지 않아 보기에도 편하다.
아,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라스트 신의 그 찜찜한(관객들은 더럽게도 웃어댔지만)해프닝을 보고 난 뒤 극장문을 나서며갑자기 즐겁지 않다.
그랬다.하필이면 영화의 마지막 3부에서는 내 두뇌에 추악함.
더러움.불쾌감등으로 인식돼 있던 동성애 소재였다.이 영화가 일부의 아이디어를 차용해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크라잉 게임』같은 외화를 보고 나서는 그렇게 찜찜하지 않았는데 웬일일까.아,나도 폐쇄적이고 봉건적이었구나.조선땅에 조선영화가 동성애를 다룬다는 것에,공개리에 벌건 대낮에 그런 추악한 발상을 함께 경험한다는 것에 찜찜해졌구나.
우리 시대에 동성애는 비밀이었고 비밀이었다.그래서 패션 디자이너 누구가,가수 누구가,죽은 시인 누구가 동성애자였다더라 하는 것이 호기심어린 뉴스였고 또한 다분히 경멸의 대상으로 주석(酒席)의 안주거리였었다.이태원의 모모하는 게이바 와 종로3가의 무슨 극장은 호모들이 모여드는 곳이라더라는 것이 우리 시대유비통신중 하나였다.그만큼 동성애는 엄청난 비밀이었고 동성애자들은 무슨 비밀결사단체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새 동성애를 이렇게 스스럼없이 드러내놓고 보여주어도 우리의 젊은 관객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찜찜한 라스트 신에 폭소를 터뜨리고 발을 구르면서 좋아하고 있었다.하기는 무슨 대학에서는 동성애단체도 생겼다고 하 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들이 사상의 자유,신체의 자유,행복추구권등을 거론한다면 난정말 할말이 없다.법학적 측면에서 나는 그들과 다투고 싶은 하등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분명한 것은 신이 남녀의 성별을 나누고,우리가 섭리처럼 남녀간에 사랑하는 것은 성 별이 신의 영역이요,사랑도 신이 정한 법칙이기 때문이다.
전원책 (시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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