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못 봐줘” 압박 …‘우리’대신할 누가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를 퇴출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구단의 존립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의 파행 운영이 우려된다.

KBO는 2일 우리 구단에 ‘7일까지 가입금 2차분 24억원을 내라’고 독촉하는 최고장을 발송했다. 우리가 조건 없이 가입금 2차분을 전액 납부하지 않으면 회원 탈퇴까지 검토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의 가입금 미납 문제가 구단 존립이 달린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그 배경을 두고 KBO와 우리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KBO의 변심=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1일 자정을 넘겨서까지 마라톤 협상을 한 뒤 “조건을 걸고 가입금을 내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KBO는 야구규약 제12조를 근거로 “회원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시즌 전 8개 구단 유지를 절대명제로 삼았던 KBO가 페넌트레이스 도중 퇴출까지 계획하는 것이다.

지난 2월 하 총장은 “우리 측은 충분한 자금력이 있다” “KBO와 우리는 한 배를 탔다”며 현대 구단의 대부분 권리를 우리에 넘겨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KBO의 입장 변화는 믿을 만한 시나리오 때문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시각이다. 우리가 회원 자격을 상실하면, 규약상 KBO가 우리 선수단을 임시로 관리하며 30일 동안 새 인수자를 찾게 된다.

KBO가 지난해 내내 찾기 어려웠던 인수자를 한 달 내로 다시 들여오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KBO가 우리의 퇴출을 압박카드로 쓰고 있는 이유는 국내 유력 그룹과 교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하 총장은 1일 “우리가 아니어도 (야구단을 인수할) 대안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벌써 서너 개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명분 잃은 우리=논란은 우리 구단이 가입금을 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우리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12억원을 우선 납부하고 남은 12억원은 KBO와 계약이 완료되면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KBO에 한국프로야구 회원 자격 유지와 회원사로서의 권리보호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의 요구는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약속대로 24억원을 6월 30일까지 냈다면 KBO에 휘둘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지난주 사장단 모임에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회원 자격 유지를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하며 가입금을 ‘무기’로 사용했다. 의무 이행보다 권리 주장을 앞세운 것이다.

KBO는 “우리가 목동구장 사용 비용이 초과됐다면서 가입금 총액 120억원 중 40억원을 감면해 달라고 했다. 24억원 납부도 올스타전(8월 3일)까지 늦추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야구단 운영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최고장을 접수한 우리 구단은 2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리는 KBO가 못박은 가입금 납입시한(7일) 이전에 3일부터 추가 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