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스승의 사랑은 바다같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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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학 본고사를 앞두었던 얼마전 일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져옴을 느낄 수 있다.입시 때문에 상경해 우리집에 머물렀던조카에게 수험생 격려차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카가 시험전에 선생님을 뵙고 싶다고 해 저녁이라도 대접할 생각으로 조카를 앞세워 선생님이 묵고 계시는 집 근처 여관으로갔다.다른 수험생들도 묵고 있는 대로변 여관에 다다르니 현관에선생님이 써붙인 것인지 「절대 정숙,수험생 공 부중」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선생님은 조카를 보고는 「평소 준비했던 대로 하라」며 담담한격려의 말을 해주었다.결국 식사대접을 한사코 사양하는 바람에 우리들만 나오는데 선생님은 문밖까지 배웅하면서 오히려 조카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얼마 안되지만 맛있는 것 사먹고 힘내라,다른 아이들은 내일 만나 사줄거다』하는 거였다.사양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조카에게 들은 선생님에 대한 얘기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저녁무렵이면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창가로 불러 노을을 감상하게 하기도 하고 고향집에 다녀온 월요일 아침에는 포도며 복숭아 보따리를 풀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는선생님. 그리고 한달에 한번정도는 산에 올라 학생들을 위한 산상기도를 올린다는 얘기는 요즘 메말라만 가는 사제간의 정을 되살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3 내내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공부할 수 있었다는 조카의 말을 들으며 모든 학생을 자신의 친딸처럼 생각하는 선생님의 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대구여고 3학년12반 담임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싶다.
이미자 서울관악구 신린1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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