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hoice] 벨루티 ‘필 다리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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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름이라고 해서 신사가 구두를 벗어던질 순 없다. 아무리 발에 땀이 나더라도 말이다. 물론 휴가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아무에게나 보일 수 없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남자라면 더욱 그렇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벨루티’가 올 여름 선보인 ‘필 다리앤’은 이런 신사를 위한 해답이 될 법하다. 구두는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졌다. 캔버스 천은 면이나 마를 소재로 한 굵은 실로 짠 천이다. 유화를 그릴 때 쓰는 그 캔버스와 같은 종류다. 가죽이 아니라서 바람이 잘 통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우아한 정장화를 닮았다는 것은 신사의 품위를 지켜주는 필수조건이다. 한가지 특징이 더 있다. 캔버스 천 말고는 평범해 보이지만 이 구두는 ‘예술의 경지’로 평가 받았다. 1895년 창립해 114년째 ‘예술로서의 남성 구두’를 만드는 벨루티 가문에서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올가 벨루티(64) 여사의 작품이어서다. 영국의 윈저공,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희대의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모두 올가의 구두 디자인에 매료됐던 인물들이다. 올가 벨루티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영화상인 세자르상에 의상 디자이너로 세번 노미네이트 됐고 골든 글로브에서도 의상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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