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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정비 10 ~ 20년 계획 세워 장마철 수해 근본적으로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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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마철 비 피해가 걱정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대부분은 풍수해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피해를 살펴보면 2002년 집중호우와 태풍 루사 및 라마 순 등으로 인해 270명의 인명 피해와 약 6조1153억원의 피해가 발생됐다. 복구비로 무려 9조486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2003년에도 호우 및 태풍 매미로 인해 148명의 인명 피해와 약 4조 408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필자는 오랜 재난 복구 경험에서 우리나라의 풍수해 예방이 하천 재난 예방사업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풍수해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은 하천 주변에서 발생된다. 하천이 범람하거나 제방이 붕괴되고, 하천변이 침수되는 것 등이 주요 피해유형이다.

그러므로 하천 주변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복구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피해액을 상당히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천과 관련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는 댐과 하천 제방 축조, 홍수 조절, 우수 유출 경감시설 설치 등의 구조적 대책과 홍수 예·경보 및 주민대피 등 비상대처계획 수립 등 비구조적 대책이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약자인 하천변 저지대 홍수피해 주민과 농민들을 위하고, 매년 반복되는 하천피해의 원인을 해소해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제방축조 등 예방사업 투자다.

하천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교적 작은 홍수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하천에 대한 집중투자만이 피해를 근원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그동안의 하천피해를 분석해 보면 하천은 제방과 호안, 각종 부속시설 피해 등 하천 자체 피해뿐만 아니라 인접한 주택 침수, 도로 파손, 농경지 유실 및 침수, 수리시설 파손 등 2차 피해를 유발해 그 피해액이 하천 자체 피해액의 약 1.2배 정도를 넘는다.

따라서 풍수해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하천정비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선행 과제이며, 이러한 예방사업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피해발생 후 복구사업에 투자하는 현행 국고지원 방식에서 전환, 예방사업에 10년 내지 20년 동안 집중 투자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나 계획도 재원조달 방안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행 예산편성 방식인 부처별 톱다운 방식에서의 재해예방사업은 전년도 수준에서 일정 비율을 가감하여 편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예방사업에 맞추어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앞으로 하천 재해 예방사업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국민들의 안전 욕구에도 부응할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진국의 지표다.

박종윤 소방방재청 특수재난대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