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인촌 장관의 혼란스러운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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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 시점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측에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거듭 제안하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유 장관은 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달 30일 YTN에 출연해서도 “지금까지 정부와 집회 주최 측 사이에 직접 대화가 한 번도 없지 않았느냐”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정식으로 직접 대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화 제의는 유 장관을 포함한 정부 5개 부처 장관이 합동으로 ‘과격·폭력시위 관련 대국민 발표문’을 발표한 다음 날이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정부는 “과격·폭력시위를 조장·선동하거나 극렬 폭력행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여 엄정하게 사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이 대책회의와 그 핵심단체인 진보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대책회의 간부를 연행한 것은 이제라도 법질서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날부터 대화를 요청하는 것을 국민과 시위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대화하겠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며 서울 도심을 밤마다 마비상태로 만드는 불법시위의 주최 측이다.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로 진격하려는 반정부 시위대의 배후다. 이런 단체를 엄정하게 다루겠다고 발표한 뒤 침이 마르기도 전에 대화를 하자고 한다. 도대체 이 정부의 진짜 생각은 무엇인가?

대화 제의는 대책회의 측에게서도 거부당했다.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선다면 그때는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좀 저라도 한번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저 ‘대화란 좋은 것’이란 생각에서 개인적인 판단으로 말을 꺼냈다면 판단력이 걱정스럽다. 정부 부처 간에 전혀 조율이 안 된 여러 말들이 이렇게 나오니 이 정부의 말은 어느 것이 진실인가. 정부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