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3천년예루살렘>3.정통유대교 구역 '메아 슈아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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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뮤직숍과 옷가게가 즐비한 예루살렘의 명동 벤예후다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15분쯤 달리면 예루살렘 성 외곽으로 낯선 광경이 펼쳐진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코트에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들.
검은 중절모 밑으로 여학생같이 양갈래 머리를 땋아내린 청년들.
길가 나무에 주렁주렁 오렌지가 열린 화창한 날씨에 터번같은 털모자를 쓰고 나온 남자들.카메라를 보기만 해도 멀 리서부터 반대방향으로 피해가는 사람들.첫발을 들여놓은 외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이 곳은 메아 슈아림.정통 유대교도들만이 모여사는 「신의 도시속의 신의 도시」다. 『여자여서 접근이 더 어려울 것』이란 주위의 얘기도 있었지만 이방인은 도통 상대도 안하는 이 금단의 구역의 유일한 반응은 『한국인이 무엇 때문에 유대교에 관심을 갖는지…』였다.
히브리말로 「1백개의 문」을 뜻한다는 메아 슈아림은 기자와 같은 이방인에게는 1백개의 문으로 닫혀진 동네로만 느껴진다.「드바르 예루살렘」(예루살렘의 말씀),「오르삼 메하흐」(기쁨의 빛)등 메르 슈아림에 있는 몇몇 예쉬바(중등종교학 교로 히브리말로 「앉아서 공부하는 곳」이란 뜻.우리의 서당과 맥을 같이한다)의 문도 꽁꽁 닫혀 있다.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를 지키기 위해 이방인과의 단절을 택한 지난 세기 메아 슈아림 창립자들의 정신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메아 슈아림 거리를 걷다보면 걸음마를 뗀지 얼마 안된 세살배기 어린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줄지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키파」라 불리는,정수리만 살짝 가린 모자로 교복을 대신한 이들은 구약을 줄줄 외고 몇년 후면 수 천년 조상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를 해석할 줄 안다.
『샤바트,샤바트(안식일을 지키시오).』메아 슈아림의 위력을 피부로 실감할수 있는 것은 유대교의 안식일인 토요일.시나고그로아침예배 드리러 모여든 신도들이 사진찍으려던 기자를 향해 나직이 경고한다.
『유대교의 율법으로 토요일은 기도를 제외한 어떤 일도 해서는안돼요.』 요리하는 것도 금지되기 때문에 메아 슈아림의 여인들은 금요일 오후에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한다.또한 율법에 따라해지기 전까지 음식을 만들어야 하며 해가 지면 촛불을 제외한 모든 가정의 불기를 없애야 한다.그동안 남자들은 「미트바 」라부르는 안식일전 목욕의식을 치른다.
『정통 종교인들이 지키는 계율은 결국 예루살렘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금요일 오후2시 예루살렘 시내의 서적상야콥 니르(42)는 가게문을 내리며 이렇게 말한다.그의 말대로금요일 저녁이 되면 이미 예루살렘시는 안식에 들어간다.모든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간 메아 슈아림과 그 일대는 대중교통이 완전히 끊긴다.가정에서는 식탁에 14자루의 촛불을 켜고 구약에 가르친대로 기도한후 빵과 포도주로 안식일의 전야를 시작한다.
비록 소수지만 종교주의자들의 계율과 관습은 2천년간 뿔뿔이 흩어졌던 유대인을 모으는 끈이 되고 유대 정신의 독자성을 지탱해온 힘이 되어 모두의 마음에 뿌리내렸다.
예루살렘=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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