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혁 기자의 릴레이 인터뷰 <1>

중앙일보

입력

방과후 거점학교 수업
철저한 맞춤 교육… 수준 높여 가겠다


대한민국 교육 일번지로 서울 강남을 떠올리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각종 교육정책의 시발점도 이지역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사교육 융합의 적절한 사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방과후 거점학교 수업도 바로 강남에서 시작됐다. 강남교육청을 이끌고 있는 이경복(60) 교육장을 만나 직접 들었다.

-흔히 교육 특구라고 얘기하는 강남지역의 교육현안은 무엇인가.
  “이 지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아울러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현안은 무엇보다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신뢰 회복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과후 거점학교 수업도 그 일환인가.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사회여건의 변화로 아이들의 생활이나 학습관리가 힘들어 졌다. 지금까지는 사설학원이 이 역할을 담당해왔었는데 이를 공교육에서 적절하게 흡수하는 형태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학생들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맞춤식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동시에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강사모집·관리 등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강사모집은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다. 일선 교사와 교육방송·학원·대학 강사 등 500여명에 이르는 강사진이 수준별 맞춤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개별적인 사후관리가 힘들어 학생들에게서 외면 받아왔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요구를 수시로 확인하고 만족도를 조사해 강사에게 안내하는 등 피드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38개 중학교 중 10개를 거점학교로 선정해 지역에 상관없이 학생·학부모가 원하면 어느 학교의 어느 강의든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내용은 고등학교 수업 맛보기, 내신 다지기 등 학생들의 선호도를 사전 조사해 구체적인 학습효과를 노렸다.
  또 실질적인 사교육비 절감효과를 위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논술 등 주요과목을 각각 3~4단계의 수준으로 나눠 실시한다. 학급당 학생수를 15명으로 제한해 철저하게 개별 맞춤식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첫 개강에 27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는데 올 3월 개강에는 7600여명으로 늘어 인기가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교제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며 비용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교제는 강사가 직접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강사 수준을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용은 과목당 월 5만원 이내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무료 자유수강권이 주어진다.” 

-단순히 공교육의 연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최근 만족도 조사에서 82%의 학생이 ‘만족한다’고 답했고 재수강률이 90%를 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수치상의 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강사들의 철저한 출결관리와 수시로 진행되는 학력평가, 이어지는 학업 및 진로 상담, 귀가지도까지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스타강사로 떠오른 강사도 많다. 해당학교 재학생보다 타학교 학생이 더 많이 몰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사교육과 비교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교육의 질적인 차원에서는 그들을 앞서고 있다 자신한다.” 

-영어 캠프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운영되는가.
  “지난 겨울방학 때 57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3주간의 영어캠프를 진행했었다. 30만원의 비용에다 학생 10명 1그룹 당 원어민·한국인 교사 각 1명이 배치돼 큰 호응을 얻었다. 올 여름방학 캠프는 공고가 난후 며칠 되지도 않아 970명이 신청·마감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 밖에 진행되고 있는 교육정책이 있다면.
  “올 3월부터 진행 중인 ‘실용영어 완성프로젝트’가 있다. 교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관내 영어교사 170명을 대상으로 수준별 교사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또 일선학교에는 영어 친화적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3개의 초등학교에 영어체험센터를, 6개의 중학교에 영어전용교실을 설치했다. 이 외에도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영어논술대회, 영어 UCC경연대회, 강남영어교육페스티벌 등도 열릴 예정이다.” 

-자신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미래를 행복하게 살기위한 준비과정이 교육이다. 학생들에게 그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줘야 한다. 수요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강화가 최우선이다. 아이들을 슈퍼스타로 키워서는 안된다. 개인의 자질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작정 학교 교육을 신뢰해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공교육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한 차원 성숙된 교육의 질과 학교 교육 본연의 임무인 인성교육의 장으로서 학부모에게 한발 더 다가서겠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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