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선호에 좌절된 '국산 골프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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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4부.골프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사장 尹모(43)씨가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尹씨는 국산 골프채부품에 외제상표를 붙여 판 혐의로 구속됐다.
K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尹씨는 91년4월 다니던 섬유회사를 그만두고 골프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골프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 놓겠다」는 포부였다.직원 20여명과 함께 밤잠을 설치며 골프채의 본체부분인 「샤 프트」에 관해 연구를 거듭해 최첨단 골프채를 개발했다.尹씨는 92년2월 「아파치」와 「테크라인」이라는 고유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2백만~3백만원 하는 고가의 외제 유명상표만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尹씨 회사제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할 수 없이 尹씨는 해외브랜드와 계약을 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하는 길을 택했으나 마진이 4%에 불 과한 데다 대금후불이 원칙이어서 자금 회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자금줄이막힌 尹씨는 마침내 93년11월 22억원의 부도를 내고 말았다. 갖고 있던 부동산 등 전재산을 털어 형사처벌은 면한 尹씨에게 검찰에 함께 적발된 가짜 부품 수입업자들이 접근했다.尹씨는「일단 생계는 유지하자」는 생각에 가짜 외제골프채 조립에 참가했고 결국 상표법위반으로 적발된 것이다.尹씨는 『 이렇게 된 것은 골프채에 관한 한 철저히 외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식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현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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