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8강전에 일본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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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제1보(1∼22)=며칠 전 ‘조치훈 9단, 역대 두 번째로 1300승 달성’이란 기사가 방송을 탔다. 그러나 이건 일본에서의 역대 2위고 한국엔 조훈현·서봉수·이창호 세 9단이 1300승을 넘긴 지 오래다. 세계바둑에서 일본의 탈락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일본기원의 새 사무총장으로 조치훈의 라이벌이었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등장했을 때 기대가 컸건만 아직까지는 마냥 조용하기만 하다. 개혁에 매진했던 전임 가토 마사오 9단이 이른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된 것이 못내 아쉽다.

응씨배 8강전. 대진은 이창호 대 조치훈, 최철한 대 박문요, 박영훈 대 류싱, 이세돌 대 쿵제(孔杰)다. 한국 4, 중국 3, 일본 1의 구도지만 조치훈도 한국인이니까 온통 한·중 대결인 셈이다.

쿵제는 구리, 후야오위와 함께 중국 바둑의 삼총사로 꼽히는 강자. 이세돌 9단에겐 1승2패, 이창호 9단에겐 2승3패로 약간 밀리지만 녹록지 않은 상대가 분명하다.

7의 눈목자 씌움이 쿵제가 준비해 온 메뉴. 이세돌은 16까지 죽죽 기어버렸는데 이런 대목에 동료들은 항상 신기해한다. 전투적인 그의 기질로 보면 ‘참고도’처럼 백1로 가르고 나오는 것이 맞는데 그는 왜 쉽게 기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실리’ 탓이라고 한다. 이세돌은 공격도 좋아하지만 실리도 좋아한다. 실리를 선취한 뒤 상대의 공격을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 종종 포석에서 실패를 맛보곤 하지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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