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 박근혜 대표 어색한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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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의장이 8일 오후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정기총회에 참석, 행사진행을 위한 취재진의 요청으로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8일 오후 2시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지만 지난달 23일 朴대표 취임 이후 16일 만의 첫 대면이다.

두 사람은 민주당을 대표해 참석한 최명헌(崔明憲) 사무총장을 사이에 두고 내빈석에 앉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악수를 교환했지만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鄭의장은 축사를 한 뒤 자리를 뜨다 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 20여명으로부터 "노인 발언 사과하라" "쫓아버려"등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 20여분 늦게 도착한 朴대표는 들어오면서 객석의 회원들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행사 시간에 맞춰 입장해있던 鄭의장은 여유있는 듯, 의연한 미소로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朴대표가 鄭의장을 지나쳐 崔사무총장 옆의 좌석에 앉자 鄭의장은 살짝 일어나 목례를 했고 朴대표도 목례로 답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鄭의장과 朴대표는 무심한 듯 앞만 보고 있었다. 한 사진기자가 악수하는 포즈를 연출해주도록 부탁하자 鄭대표가 얼른 몸을 옆으로 돌리며 손을 내밀려다가 朴대표가 어색한 듯 앞만 보고 있자 다시 몸을 돌렸다. 사진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 朴대표도 살짝 몸을 돌렸고 鄭의장은 적극적으로 손을 쑥 내밀어 朴대표와 악수를 했다.

○…재향 군인회 이상훈 회장이 연설 도중"우리 안보를 지탱해주는 3대 축은 국군과 주한 미군과 국가보안법이다"라고 하자 좌중과 朴대표는 박수를 친 반면, 鄭의장은 씁쓸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어 朴대표의 인사가 있었다. 좌중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연설 도중에도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鄭의장은 자신의 연설문을 들고 줄을 그으며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朴대표는 연설을 마치자 좌석으로 돌아와 鄭의장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뒤 웃으며 악수하고 나갔다.

○…이어진 鄭의장의 연설에는 중간 중간 형식적인 박수만이 있었다. 특히 자리를 뜰 때 고엽제 전우회 회원 일부가 통로를 막고"말이면 다냐(노인 관련 발언에 대해)""쫓아버려"하며 鄭의장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다른 회원들이 말리는 동안 鄭의장은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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