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언론통폐합 진상-강압 사실.치밀한 사전계획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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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양방송(TBC)강제 탈취등 80년 언론 통폐합 과정에서 신군부측이 언론사 사주들로부터 강압적으로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낸 것으로 확인되는등 언론통폐합의 과정과 진상이 밝혀졌다.
신군부측이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대량 해직등으로 언론을 장악해자신들의 집권 기반을 정당화하고 튼튼히 하려 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그간 당시 허문도(許文道)청와대 정무1비서관,이상재(李相宰)보안사 언론대책반장,김충우(金忠佑)보안사 대공처장,한용원(韓鎔源)보안사 정보처장,허만일(許萬逸)문공부 공보국장등 언론통폐합 관련자들을 조사해 새로운 사실을 다수 확 인했다고 한수사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새로 확인한 부분은 80년 11월12일언론사 사주들로부터 언론사 포기각서를 받는 과정이 매우 강제적이었으며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노태우(盧泰愚)당시 보안사령관으로부터 언론사 사주들로부터 포기각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은 이상재보안사 언론대책반장은 언론사 사주들을 보안사 2,3층에 있는 각 처장들의 사무실로 1명씩 분리 수용해 포기각서를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 과정에 동원된 수사관들은 언론사 사주들이 포기각서를거부할 경우 『당신이 포기각서를 쓰지 않더라도 어차피 당신 회사는 거덜나도록 되어 있다.다른 회사 사장들은 이미 제출하고 나갔다』며 협박,언론사 사주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포 기각서를쓴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특히 보안사측은 이같은 언론사 사주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통해포기각서를 받기 위해 보안사 서빙고분실의 유능한 수사관 13명을 보안사 식당으로 불러 李반장이 직접 언론사 사주들로부터 포기각서를 받는 방법을 교육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
당시 언론사 사주들은 수사관들이 불러주는 포기 각서 문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뒤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명과 사주명만을 직접쓰도록 했던 사실도 이번 조사결과 밝혀졌다.이 문제의 포기각서문건은 허만일국장에 의해 하루전에 작성된 것으 로 확인됐다.보안사가 주도한 언론통폐합은 「언론창달계획」이라는 치밀한 사전 계획서에 의해 이루어졌다.
전두환(全斗煥)씨의 직접 지시로 만들어진 언론창달계획을 집행하기 위해 보안사가 직접 만든 「언론사 포기 각서 징구 계획」을 보면 언론사 대표의 소재지 파악과 담당관의 교육여부,예하부대에 전통 지시,대표조치등 단계적.시간대별 작전이 벌어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언론통폐합은 당시 신군부측이 정권탈취와집권기반을 공고히 하기위한 시국수습방안의 핵심부분이었음이 이번조사결과 밝혀졌다』며 『특히 언론의 목을 죔으로써 비도덕적인 정권찬탈에 쏟아지는 비판을 막고 자신들의 집권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한 조치로 내란혐의 입증에 중요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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