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록음악 20년만에 '햇빛'-대표작 리메이크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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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53).
그가 우리 가요계에 남긴 공적은 지대하다.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고 펄시스터스.김추자등 당대의 인기가수들을 키워낸 공로도 만만치 않다.무엇보다 그의 공로는 그가 활동하던 60년대말에서 70년대 초반까지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한국 대중음악계에 록이라는 장르와 음악어법을 본격적 으로 도입하고 기반을 닦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가요계는 신중현에 대한 예우와 평가에 너무나 인색했던게 사실이다.
그는 엉뚱하게도 유신시절 「퇴폐적」이란 터무니없는 이유로 『미인』등 대표작들이 금지곡으로 묶이는 핍박까지 감수해야 했다.
94년 베스트음반과 전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정당한 평가에는여전히 미흡하다는 중론이다.
그런 신중현의 음악이 20년 세월을 두고 최근에 와서 되살아나고 있다.지난해부터 가요계에 불어닥친 리메이크 바람을 타고 신중현의 대표작들이 하나둘씩 후배들에 의해 다시 불려지고 있는것이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꽤 높은 편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조관우가 불러 인기가 급상승중인 『님은 먼 곳에』.이 노래는 시중 음반판매량 5위권을 지키고 있는 조관우의 최근작 「메모리」의 네번째 수록곡으로 조관우가 이번 음반에 수록한 여섯곡의 리메이크 가운데 최고의 인기 를 모으고 있다. 예전에 김추자가 불러 히트시켰던 『님은 먼 곳에』를 조관우가 특유의 리듬 앤드 블루스 창법으로 불러 원작에서는 느끼기 힘든 또다른 맛을 보여주었다.
또 지난해 신효범이 『님아』를 리메이크,인기를 모았었고 퓨전재즈 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신중현의 최고 인기곡이었던『미인』을 퓨전재즈풍으로 연주하기도 했다.특히 「봄 여름…」의『미인』은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와 비교해 조금 도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적 감각을 살려 『신중현은 시대를 앞서는 음악을 했던선구자』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신중현의 대표작 『아름다운 강산』은 이미 80년대초 이선희에 의해 리메이크돼 「국민가요」로 자리잡았고 이문세가 『나는 너를』을 취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가요계에서는 『미국.유럽등 외국의 경우 팝음악사에공헌도가 높은 뮤지션들에 대한 헌정음반(트리뷰트 앨범)이 최근일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신중현.김민기등 대중음악 선구자들에 대한 헌정음반 제작등 재평가작 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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