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등 항해사’ 비야, 러시아 ‘붉은 별’ 아르샤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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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러시아의 안드레이 아르샤빈(27·제니트·사진右)과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27·발렌시아·左). 유로 2008에서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두 스타다. 하지만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포르투갈의 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미 집으로 돌아갔고, 이제 또 한 명이 좌절해야 할 순간이 왔다. 27일 새벽(한국시간) 열리는 러시아-스페인의 준결승전이 끝나면 또 한 명의 스타가 보따리를 싸야 한다.

아르샤빈은 러시아의 돌풍을 이끈 주역이다. 지난해 제니트를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올해는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정상을 밟았다. 한발 한발씩 유럽의 중앙을 향해 진군해온 아르샤빈은 이번 유로 2008에서 그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안도라와의 지역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유로 2008 본선 조별리그 1, 2차전에는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그를 스쿼드에 포함시켰다. 히딩크의 선택은 옳았다. 아르샤빈은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첫 번째 골의 시발점이 됐고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도 아르샤빈은 승부차기가 예상되던 연장 후반 1골·1도움을 기록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스페인전에서 그는 파블류첸코의 뒤에 서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서 최전방과 중원을 누빌 전망이다. 1m73㎝로 키는 작지만 스피드와 볼 컨트롤 능력, 드리블링, 시야, 골 결정력을 모두 겸비했다는 평가다. 이번 유로 2008이 끝나면 러시아의 제니트를 떠나 빅리그로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널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이탈리아의 AC밀란 등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페인의 비야는 이번 대회 들어 팀의 주득점원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의 팀 동료 페르난도 토레스에 비해 지명도가 낮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몇 단계 높게 끌어올렸다. 11일 열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유일한 해트트릭이다.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후반 인저리타임에 결승골을 터트리며 2-1 승리를 수놓았다. 비야는 4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후반 들어 전술 변화를 줄 때도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주로 토레스를 불러들일 정도로 비야에 대한 의존과 신뢰가 크다. 아르샤빈과 마찬가지로 키는 1m75㎝로 다소 작지만 문전 돌파와 개인기, 골 결정력을 겸비한 위력적인 스트라이커다. 러시아와 스페인의 운명이 두 선수의 발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른(스위스)=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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