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파빌딩화재진압 총지휘 소방관 유건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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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50명이나 되는 사람들 모두를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이구출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10일 서울강남구신사동 송파빌딩 화재진압을 총지휘했던 소방관 兪建喆(42.강남소방서 진압2계장)씨.그는 『신들린듯 화재현장을 지휘했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명피해가 없어 관심을 끌지 못했던 송파빌딩 화재는 최근 소방관계자들 사이에선 톱 뉴스거리.관계자들은 『소방인명구조사에 기록될 사건』이란 평가를 서슴없이 내리고 있다.
화재현장을 총지휘했던 兪계장이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시간은 10일 오전8시48분.연건평 280평의 6층짜리 송파빌딩에 4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고 화재는 인명구조에 불리한1층에서 발화됐다는 보고를 출동차에서야 들었다.
『화재진압에서는 초기 정확한 상황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차 안에서 인근 소방서에 적절한 인력요청을 했던게 적중했습니다.』그의 16년간의 소방관 경험은 현장을 보지 않고도 정확한 판단을 이끌어냈다.
兪계장이 도착한 현장은 영화 『타워링』의 한 장면이었다.영화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불은 각종 가연성물질을 태우며 유독가스를뿜어대고 있었다.사람들은 유리창을 깨고 저마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이었고 깨진 유리창이 굴뚝역할을 해 불길은 위 층으로 치솟고있었다. 『최소한 10명 정도의 인명사고가 생기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1~2명이 다칠 각오를 하고 10명의 소방관을 건물안으로 들여보내 사람들을 안심시켰죠.』 兪계장은 건물사방을 돌면서 불길을 잡도록 지휘하며 또 한편으론 6대의 고가사다리차와굴절차를 이용해 사람들을 구조하도록 신들린듯 지휘를 했다.
『평소 훈련을 열심히 했던 동료.후배 소방관 덕분에 단 한명의 인명사고도 나지 않았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그는 지난 80년 11월 남부소방서에 들어가 6개월 전부터 소방서의 유격대격인 진압계장으로 근무해왔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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