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비자금 조성.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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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全斗煥)씨 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를 보면 全씨는비자금 조성과 규모.관리면에서 최고수라는 말이 어울린다.
우선 조성총액만 보더라도 노태우(盧泰愚)씨보다 2,000억원이 많은 7,000억원 규모다.여기에 ▶새마을성금(1,495억원)▶일해재단 기금(598억원)▶새세대육영회 찬조금(223억원)▶심장재단 기금(199억원)을 합하면 9,500 억원에 이른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全씨는 재임 7년동안 매일 4억여원의 자금을 챙긴 셈이 된다.또 액면상 盧씨 조성액의 두배가량이지만 물가인상 요인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盧씨 조성액의 세배에 가까운 천문학적 자금이라는게 검찰의 계산이다.
자금 조성은 대통령으로서 가능한 모든 수법을 동원했는데 그 첫번째가 뇌물제공 기업측에 특혜를 주는 방법이다.86년 12월부터 최원석(崔元碩)동아그룹 회장으로부터 네차례에 걸쳐 180억원을 받은 全씨는 동아그룹에 대해▶인천매립지의 정 부회수 회피▶원자력발전소 건설▶댐건설등 대형 국책사업을 수주토록 했다.
둘째는 세무조사등 선처명목으로 자금을 받는 방법.미원그룹의 경우 86년12월 全씨에게 70억원을 건네고 세금 200억원을감면받았다.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 만한 파렴치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거둔 것이다.
세번째는 사고를 당한 특정회사에 불이익을 주지않겠다는 취지로자금을 받은 경우다.
한진그룹은 구 소련 영공에서 발생한 KAL기 격추사건 이후 불이익 방지용으로 83년10월 10억원을,이후 김포공항 여객기추락사고에 대한 무마용으로 5회에 걸쳐 160억원을 全씨에게 제공했다.국내 업체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모 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정부가 업체 사고를 빌미로 돈을 뜯은 셈이다.
네번째는 각종 인허가 관련 금품수수로 골프장 건설허가가 단골메뉴다. 全씨는 84년 11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제그룹 양정모(梁正模)회장으로부터 통도골프장 건설 인허가와 관련해3개월 만기 10억원권 약속어음 1장을 받는등 4개 업체로부터같은 명목으로 45억원을 받았다.현금이 없는 기업에는 어음으로까지 뇌물을 챙긴 대목에선 허탈감을 느꼈다는게 수사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마지막으로 全씨는 기업경영에 수반되는 각종 금융.세제혜택을 이용해 선거자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는데 집권후반기에 안현태(安賢泰)전경호실장.안무혁(安武赫)전 안기부장등 측근들을 동원,중소기업에서도 선거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全 씨는 이같이조성된 자금의 관리 역시 치밀했다.
재임기간중에는 장세동.안현태 전 경호실장과 이재식 총무수석,김종상 경호실 경리과장등 4인에게 금융기관 입출금 업무를 번갈아 전담시켰는데 노출을 피하기 위해 매회 20억~50억원을 수억원씩 나누어 금리가 높은 개발신탁예금.수익증권저 축.기업금전신탁등으로 분산 예치했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나 무기명채권등을 매입하면서 이자소득세를 면제토록 하기 위해 「경호실」등 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위장하는 파렴치한 수법까지 동원했음이 드러났다.또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국.대한.국민등 3개 투자신탁및 8개 시중은행 38개 점포와 「경호실」「박경호」「김경호」등 가명으로 금융거래를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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