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산수 문제 풀기 싫어 날마다 문제지 밀리는 아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산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꾀를 내고 하지 않아요. 이 핑계 저 핑계로 날마다 문제지가 밀려요. 학습지 방문 선생님 보기도 부끄럽고 돈도 아깝고요. 엄마를 약올리는 것 같아 더 화가 나요. 해결 방법이 있나요? (부형선·33·서울 성북구)

문제지가 그렇게 밀린다면 문제지를 끊어야죠. 하지만 아이에게 문제를 풀게 해야겠다면 꼬드겨 셈을 즐기게 해야지요. 무슨 놀이로든 아이를 일으켜야 할 텐데 제가 택한 것은 문제지 말고 다트놀이였어요.

다트는 복잡한 수셈을 머리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팔 힘, 다리 힘, 온 힘을 기울여 하는 놀이여서 여러모로 좋아요. 집중력과 승부욕까지 키워 줍니다.

제 아이도 산수 공부가 늘 뒷전으로 밀리기에 데려다 다트놀이를 했어요. 열 살, 여덟 살 두 아이에게 수셈을 가르칠 요량이었죠. 특히 아들은 게으르기 그지없음에도 “다트 하자” 하면 벌떡 일어나요. 어떨 때는 제 몸이 고돼도 아이가 너무 좋아해 놀이 삼아 하기도 했어요.

다트를 하게 되면 원하는 곳을 겨냥하고 있는 힘껏 던져야 해요. 자연히 집중력이 생겨요. 또 힘을 주어 던져야 판에 침이 잘 꽂혀요. 힘 모으는 연습까지 하게 되죠. 각자 맞힌 숫자에 서로의 숫자를 빼 승부를 정해야 하니 자연히 셈을 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넓은 숫자판 사이에 있는 좁은 숫자판을 맞혔다면 두 배나 세 배로 점수가 불어나므로 곱셈도 해야 해요. 아들 입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데 그 셈하는 게 뭐 번거롭겠어요. 곱셈을 못하는 나이니 두 번 더하고 세 번 더하며 자기 점수를 신나게 찾아내요.

다트로 셈 놀이를 하면 머리와 몸을 한꺼번에 굴릴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더욱 좋은 것은 공부라 여기지 않는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웃음꽃 피는 가운데 자발적 셈 놀이가 되니까 말이죠. 다트를 자주 해서 셈에 속도가 붙으면 그때는 수학 교과서 문제도 문제가 아니던데요. 우리 부부는 아들 다트 셈 가르치다 질리기도 했지만요.

놀이 후 점수로 서열을 매겼어요. 잘한 사람은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일등보다 적은 수만큼 쪼그려 뛰기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트가 섰다, 앉았다, 팔을 폈다, 접었다, 머리를 굴렸다, 놨다 훈련을 시키데요.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짜내 아이를 키워보는 겁니다. 그게 아이 기르는 재미 아닌가요? 엄마학교 대표

자녀교육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자 하는 분은 사연과 함께 성명과 직업·나이·주소·전화번호를로 보내주세요.

서형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