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이 잘팔린다-'유객'등 빌려보기 예약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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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난세에는 영웅전이나 읽자는 뜻인가.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마치 시류를 탄듯무협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소설보다 재미있는 현실정치」라는말이 나올 정도로 독서열기를 냉각시키는 상황에서도 무협소설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실제로 해방이후부터 차기 대권경쟁을 거쳐 남북통일까지 한국정치의 행보를 빗댄 『대도무문(大道無門)』(사마달.유청림공저,천마刊)은 지난해 11월까지 월평균 1만여부가 나갔으나 12월 들어서는 종전의 두배 가까운 2만여부가 주문된 것 으로 나타났다.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의 열풍은 더욱 두드러진다.모두 10여개가 넘는 판본이 나온 『삼국지』시장에서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의 번역본을 내놓은 민음사의 경우 지난달 15만부가 나가는 호조를 보였다.출판경기가 좋았던 3~4년 전을 웃도는 실적으로 『수호지』『열국지』도 평소보다 평균 20% 이상 신장된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도서대여점의 무협소설 인기도 대단하다.『독보건곤』『유객』등 일부 작품의 경우 성인 예약자가 쇄도,평균 5일은 기다려야 책을 접할 수 있을 정도.무협소설을 전문으로 내는 뫼출판사 최성근주간은 『비자금 정국 이전보다 매출이 20% 가 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민음사 박근섭상무는 『일반 국민들은 현정국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로 바라보는 것같다』며 『무협소설 열풍은 답답한 한국정치에식상한 일반인들의 실망도 간접적으로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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