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는 영웅전이나 읽자는 뜻인가.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마치 시류를 탄듯무협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소설보다 재미있는 현실정치」라는말이 나올 정도로 독서열기를 냉각시키는 상황에서도 무협소설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실제로 해방이후부터 차기 대권경쟁을 거쳐 남북통일까지 한국정치의 행보를 빗댄 『대도무문(大道無門)』(사마달.유청림공저,천마刊)은 지난해 11월까지 월평균 1만여부가 나갔으나 12월 들어서는 종전의 두배 가까운 2만여부가 주문된 것 으로 나타났다.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의 열풍은 더욱 두드러진다.모두 10여개가 넘는 판본이 나온 『삼국지』시장에서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의 번역본을 내놓은 민음사의 경우 지난달 15만부가 나가는 호조를 보였다.출판경기가 좋았던 3~4년 전을 웃도는 실적으로 『수호지』『열국지』도 평소보다 평균 20% 이상 신장된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도서대여점의 무협소설 인기도 대단하다.『독보건곤』『유객』등 일부 작품의 경우 성인 예약자가 쇄도,평균 5일은 기다려야 책을 접할 수 있을 정도.무협소설을 전문으로 내는 뫼출판사 최성근주간은 『비자금 정국 이전보다 매출이 20% 가 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민음사 박근섭상무는 『일반 국민들은 현정국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로 바라보는 것같다』며 『무협소설 열풍은 답답한 한국정치에식상한 일반인들의 실망도 간접적으로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