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오는 17일 단독공연 갖는 이승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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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앤미블루'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이는 과장해 말하면 '음악을 좀 듣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분류법이다.

1994년 미국에서 날아와 3년 동안 두장의 앨범을 내놓고는 홀연히 사라졌던 모던 록 듀오, 유앤미블루. 올이 굵은 캐시미어 스웨터처럼 거칠면서도 따스한 음색, 뉴욕의 청회색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우울한 감성…. '뒤늦게 도착한 팬'들은 '사라진 음악'에 열광했다. 절판된 앨범은 20만원대에 거래됐고, 늘어나는 CD 복제 주문에 지친 음반사가 500장 한정으로 재발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앤미블루는 더이상 '전설'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1.2집 모두 정식으로 재발매 돼 각각 1만200원이면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멤버였던 이승열(34.사진)이 지난해 말 솔로 앨범을 내놓았고, 오는 17일엔 서울 퍼포밍 아트홀에서 단독공연도 한다.

"준석이는 이번 무대에 함께 서질 못해요. 지금 미국에 있는데 '영상편지'는 보내준대요."

옛 멤버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방준석의 부재가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유앤미블루를 재결성하지 그러냐"는 물음에 선뜻 "그럴 마음이 있다"고 답한다. 이승열은 솔로 앨범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었고, 방준석은 '공동경비구역 JSA''…ing' 등 영화음악 쪽에서 경력을 쌓고 있어 후일을 기약했을 뿐이라고 했다.

솔로 앨범보다도 듀오 재결성 얘기를 먼저 꺼냈는데도 이승열은 "유앤미블루 팬들은 나의 힘"이라고 미소짓는다. 듀오 때만 못하다는 비난도 매니어들의 애정표시이기에 반갑단다.

"대중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들을 땐 발끈하기도 했지만, 부드럽고 쉬워져서 좋다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이승열의 새 음악은 유앤미블루 시절보다 편안하게 다가온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중의 귀가 바다를 건너온 '빠다 바른 음악'에 익숙해진 데다, 5년 전 두 살 연하의 방송작가를 아내로 맞아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승열의 삶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덕이리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온 음악 같던 몽글몽글한 기타 음색과 흐느적대는 멜로디가 마냥 낯설던 것도 10년 전의 얘기일 뿐이다. 이제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부대끼면서 만드는 음악에 얼마나 독창성을 실을 수 있느냐가 과제다.

"옷을 바꿔입어야죠. 음악도 삶처럼 변하는 거잖아요. "

과연 그의 옷차림부터 달라졌다. 검은색 일색이던 '우울한 천재' 분위기에서 벗어나 멋스러운 날염 면셔츠와 갈색머리, 가죽 목걸이로 밝아졌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옅게 화장도 했다. "이러다가 방송용 가수가 되는 게 아니냐"며 짐짓 딴죽을 걸자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려면 제 음악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바뀔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월이 흘러도 '나만이 하는 음악' '특유의 색깔'은 변치 않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화려하게 보이던 날염 셔츠도 검은색 무늬다. 무심한 듯 슬픈, 거친 듯 세련된, 울적한 듯 따뜻한 그의 감성과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연문의 (www.syblue.co.kr) / 02-3274-8500~1.

글=구희령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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