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분에 넘친 공공부문 퇴출자 보상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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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동부가 ‘구조조정 펀드’를 만들어 공공부문 퇴출자들에게 일정 기간 퇴직 전 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요한 재원은 공기업 매각자금 등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고용안정에 초점을 두고 선진화를 추진하려면 이런 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효율성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공기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획기적인 당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곧 실행될 공공부문 구조조정에서 노조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키라는 말도 있다. 공기업 퇴출자 보상 문제에서 정부가 가장 존중해야 할 원칙은 민간부문과의 형평성 유지다. 그런 점에서 펀드 조성 방식의 전직 지원금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민간부문의 반발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되는 기업의 노조들이 사측에 공공부문과 같은 보상을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목적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큰 혹’이 될 수도 있다. 이 방식은 법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퇴직한 공기업 직원을 국가가 세금으로 부양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퇴출자들에 대한 보상은 민간기업들처럼 퇴직금과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퇴직자들에게는 일시적인 금전보상보다 교육훈련 등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더 좋은 방법이다. 포스코·국민은행 등은 ‘아웃플레이스먼트’라는 전직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 정부 입장에서 노조용 당근을 마련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의지를 확고히 보이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과연 민영화 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나 있을지 의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부적절한 행태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준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개혁을 지지하는 여론은 50%에 가깝다. 공공부문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는 한 발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