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마법 뒤에는 러시아 오일 머니

중앙일보

입력

91년 구소련 해체 이후 국제 스포츠계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했던 러시아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에너지 기업들의 지원 덕분이라고 한국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2008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21일(현지시각) 예상과 달리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네덜란드를 누르고 4강에 진출에 성공하는 등 러시아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일련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했다.

지난달 14일 무명에 가까웠던 러시아 축구 클럽 제니트는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우승했고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지난 달 세계 아이스하키 챔피언십에서 캐나다를 누르고 15년 만에 우승했다.

신문은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러시아 당국과 기업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면서 이들이 스포츠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해 가능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축구팀 제니트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영입해 이 팀을 명문 클럽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가즈프롬은 2005년 제니트를 인수, 선수 영입과 전용구장 신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또 러시아 석유회사 루크 오일은 모스크바 축구클럽 스파르타크를 비롯해 러시아 체육계에 매년 수천만 달러씩 집중 투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삼보(유도와 비슷한 레슬링 경기), 유도, 수영, 헬스를 즐기는 스포츠맨으로 체육계 육성에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는 “러시아 기업의 스포츠 투자는 단지 애국적 충동 만이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푸틴 총리는 스포츠를 통해 국내적으로는 애국적 단결을, 국제무대에서는 러시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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