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트가 24년간 몸담았던 NBC는 뉴욕 타임스(NYT),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국 주요 신문에 그를 추모하는 전면 광고를 냈다. 경쟁사인 ABC·CBS·CNN 등도 그의 죽음을 긴급 뉴스로 다뤘다. 그러곤 며칠간 그의 삶을 다룬 특집 방송까지 내보냈다. 심지어 미 의회는 지난 17일 러서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결의안 HR-1275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같은 날 거행된 장례식엔 정계의 모든 거물이 참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이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21일엔 그를 기리는 대형 특별 칼럼이 WSJ에 실렸다. 미 정계와 언론계가 온통 ‘러서트 신드롬’에 빠진 느낌이다.
언론인인 그가 전직 대통령 이상으로 언론과 정치인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공평무사함에 있었다. 늘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자신이 싫든 좋든 모든 이에게 귀를 기울이는 러서트의 올곧은 보도 태도는 그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왔다.
진보 성향인 그의 죽음에 대해 반대쪽의 보수파들이 더 침통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서트는 늘 보수파들의 견해에도 진보주의자들과 같은 시간을 할애했다. 접근 방식도 공정했다.
WSJ는 “과격 여성운동 반대론자의 주장, 힐러리 비판서적 소개 등 다른 방송에선 극히 꺼리는 주제도 러서트만은 다뤘다”고 썼다. 매케인은 “대하긴 힘들지만 그는 늘 공정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기 입맛에 맞는 유도성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았다. 대신 부드러운 태도로 중립적이되 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질문으로 대담자를 궁지로 몰았다. 그의 특기는 대담자의 과거 어록과 비디오테이프 등을 샅샅이 뒤져 말 바꾸는 행태를 추궁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많은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발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했기 때문이겠지만, 일부 언론의 편가르기식 보도 행태가 지나치게 확대시킨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러서트였다면 어떻게 보도했을까 궁금해진다.
남정호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