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모임>공간 詩 낭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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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이면 동숭동 바탕골 예술관에 소리없이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17년전부터 여태껏 한번도 빠짐없이 월1회 시낭독회를 열고 있는 「공간 시 낭독회」의 사람들이다. 시를 우리 생활 속에 뿌리내리게 하고 시를 통해 국민의 감정을 순화하겠다는 취지로 79년 4월 具 常.朴喜璡.成贊慶씨등 3명의 시인에 의해 발족된 「공간 시 낭독회」는 이들을 상임시인으로 고정하고 매달 2인 혹은 3인의 시인을 초청해 시 낭독회를 가졌다.처음에는 종로구 원서동의 「공간 사랑」에서 모임을 가졌으며,86년 6월부터 현재의 바탕골 예술관으로 모임의자리를 옮겼다.
이 모임의 활동에 참가하는 시인이 점차 늘어나면서 金娛民.薛泰洙.金東壺.李茂原.尙喜久.崔春嬉씨 등이 창립 멤버에 가세해 현재 9명의 상임시인이 활동하고 있다.
상임 시인 가운데 한명씩 돌아가면서 다음 낭독회를 주관하며,팸플릿은 바탕골 예술관 측에서 무료로 제작해 배포한다.시 낭독회에는 매번 30~40명의 시 동호인들이 참여하는데 30대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다.고정참가자로 학술원 회원인 김규영박사(전서강대교수),소설가 서기원(전한국방송공사 사장),김수남 소년한국일보 사장,변규백 신민요 작곡가 등이 눈에 띈다.시 낭독회 참여를 계기로 본격 시인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도 있다.이들의 시낭독회에 초청된 시인은 현재까지 모 두 350여명에 이른다.
시 낭독회에는 단순히 시인만 초청되는 것은 아니다.분기별로 대금.단소.바이올린.기타 등의 악기 연주자를 초청하는가 하면 성악.판소리.탈춤 등의 연주회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다양한 이벤트도 「시의 순수성을 해치지 않는 범주」에서만 이뤄진다.시가 갖는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에 철저한 이들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다든가, 혹은 호사가들의 구미에 맞추는 일은 결단코 거부한다.참 가자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는다.단지 이들은 스스로 시를 사랑하고「죽지 않고서는 버리기 힘든」 시에 대한 열정을 보듬어안고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매달 바탕골 예술관으로 향하는 시 독자들의 가슴은 순수한 에스프리 그 자체로 따뜻하게 피어오를 수 있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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