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니 ‘호날두, 아느냐 게르만의 힘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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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쇼를 하지만 독일은 우승을 한다’.

유럽 축구계의 정설로 내려오는 말이다. 이번 유로 2008에서도 그 말이 맞아떨어졌다.

독일은 세계 축구 무대에서 ‘킹 오브 토너먼트’로 통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이 있다.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코프 파크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유로 2008 8강전. 독일은 1골, 2도움을 기록한 슈바인슈타이거의 활약에 힘입어 포르투갈을 3-2로 제압하고 4강에 선착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른 정상급 팀이다. 유럽선수권에서도 역시 세 번 우승했다. 월드컵은 브라질(5회)·이탈리아(4회)에 이어 최다 우승국 3위이며, 유럽선수권에서는 최다 우승국이다. 반면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에서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한 포르투갈은 이번에도 패배의 역사를 되풀이했다. 현란한 발기술을 앞세워 조별 리그에서 터키와 체코를 완파해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독일의 힘과 체력에 밀려 우승의 꿈을 버려야 했다.

독일이 강한 이유는 간단하다. 체격이 크고, 체력은 지칠 줄 모르고, 조직력은 탄탄하다. 게다가 게르만은 얼음장처럼 냉정해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다.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11명이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자산이다.

포르투갈전은 독일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 독일은 체격부터 포르투갈을 압도했다. 선발 출전 11명의 평균신장은 독일이 1m87.6cm, 포르투갈이 1m81.1cm로 몸집만 놓고 보면 어른과 고등학생이 싸우는 듯했다. 기술은 좋지만 키가 1m70cm 밖에 안 되는 시망과 모티뉴가 중원에서 1m90cm에 육박하는 발라크, 롤페스를 상대하는 것은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독일의 프리킥이 걱정이다. 독일 17번(메르테자커)은 1m98cm, 13번(발라크)은 1m88cm, 11번(클로제)은 1m82cm, 21번(메첼더)은 1m95cm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1m15cm, 1m20cm다”라고 농담성 푸념을 했다. 그 말은 저주가 됐다.

첫 골은 포돌스키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슈바인슈타이거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땅볼로 차 넣었다. 하지만 클로제와 발라크의 추가골은 모두 슈바인슈타이거의 프리킥을 상대 수비수 머리 위에서 헤딩으로 만들어 낸 것들이다.

독일은 전반 40분 고메스, 후반 42분 포스티가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턱밑까지 쫓겼다. 그러나 독일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반칙을 통해 상대의 맥을 끊는 노련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독일은 11개의 슈팅 중 5개를 과녁 안으로 쏘았고, 그중 3개가 적중하는 효율성을 자랑했다. 마음만 앞선 포르투갈은 무려 22개의 슈팅을 난사했지만 고개를 숙였다. 독일은 크로아티아-터키의 승자와 26일 바젤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한편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22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8강전을 치른다.

바젤(스위스)=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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