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거센 선거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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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일로 예정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총선을 앞두고 총성과 핏물로 얼룩져온 팔레스타인땅에 선거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번 선거는 팔레스타인 역사상 첫 선거인데다 정부형태를 확정하고 각종 법률 및 조례 등을 제정할 자치평의회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기틀을 세운다는 평을 받고 있다.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선거관리위원회 외에 유럽연합(EU)소속 감시단 300명도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엄격한 선거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104만명의 유권자가 등록한 이번 선거는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동예루살렘등 총16개 선거구에서88명의 자치평의회원을 뽑게 되며 자치 지구를 통치할 최고통치권자도 직접투표방식으로 선출한다.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 5일 현재 750여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이중 4분의3이 무소속,나머지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구성하는 12개파 소속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운동)경력을 내걸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나 정작 유권자들의 관심은 누가 침체된 경제를 일으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에 쏠려있다고 현지관측통들이 전했다.또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의 전횡과 독주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아라파트는 자신을 비판한 신문사를 탄압하는가 하면 선거운동기간을 당초의 22일에서 14일로 제한,무소속후보와 야당후보의 선거운동을 더욱어렵게 했다.
또 의석수를 애초의 82석에서 88석으로 늘린뒤 늘어난 의석을 자신의 정당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에 일방적으로 배분했다.
이에 따라 아라파트 PLO의장이 이끄는 파타당이 무난히 60%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파타당의분열과 아라파트의 독주.전횡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아라파트와 여성자선사업가 사미아 카릴(72)이 맞붙을 자치행정부 대표선거는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아라파트가 무난히 승리해5년임기의 대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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