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시민 마음 꽁꽁얼린 '열린 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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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KBS-1TV의 『열린 음악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개방송이다.가요.팝.클래식.국악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가수와 방청객들이 하나가 돼서 부르는,그야말로 「온 국민의노래방」이다.
95년을 마감하는 12월31일 밤11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제야의 종소리와 96년 새해 벽두를 열린 음악회와 함께 맞고자 하는 시민들의 입장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어렵게 구한 방청권을 갖고 가족.연인과 밤8시 무렵부터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그러나 열리기는커녕 굳게 「닫힌」음악회와 KBS측의 무성의에 분노를 느껴야 했다.
우선 마련된 객석 규모가 5,000여석에 불과했는데도 KBS측이 두배가 넘는 초대권을 남발,30여분만에 출입문이 봉쇄됐다. 표의 남발은 생방송 특성상 공석을 우려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자.그러나 밤11시30분 공연리허설이 시작될 때까지 안내방송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영문 모르고 기다린 시민들을완전히 무시한 처사였다.
일반 동반초대권 이외에 특별초대권도 함께 발행,이들에게 편법출입을 허용한 것도 몇시간동안 줄을 섰던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더욱이 공연직전 기다리다 못한 수백명의 시민들이 유리문을 강제로 뚫고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가뜩이나 사고 많았던 한해의말미에 또다른 대형참사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마저 연출됐다.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로비에서는 입장하지 못한 방청객 300여명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뒤늦게 전경이 출동하는등 법석을 떨었다. 진정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의 관계자라면 서있을 자리조차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룬 흐뭇함보다 추운 밤길 속으로 가족들과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했던 시민들의 「닫힌 마음」을 어떻게 풀어주어야 할지 헤아렸어야 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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