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개인 썰물, 외국인 밀물 갈수록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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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형 증권사로는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동원증권이 부동산 붐 때문에 증시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증시가 아무리 극심한 침체를 겪어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하는 증권사로선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폭락 장세에서도 장밋빛 전망을 강조하는 게 증권사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사 스스로 주식 투자를 낙관하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개인은 올 들어 3월까지 2조7000억원을 증시에서 빼내갔다. 기관투자가 자금의 30%가량이 개인 자금임을 감안하면 개인의 이탈 규모는 5조원가량에 달한다.

불과 3개월 만에 지난해 한 해 동안 빠져나간 개인 자금의 절반에 육박한 것이다.

주가는 지난해 9월을 제외하고 올 2월까지 11개월이나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개인의 본격적인 자금유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주가가 지난해 3월 510선에서 880선까지 올랐지만 개인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구조적 원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주택 구입 붐은 부동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심화시켰다. 문제는 그 여파가 올해부터 최소 1~2년 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개인이 증시에서 자리를 비우는 만큼 외국인의 증시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이미 8조76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지난해 한 해 동안 순매수한 금액의 70% 규모에 육박한 것이다.

외국인들의 주식매수는 풍부한 자금력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인 관심 기업의 꾸준한 실적 개선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은 미국 기업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사상 유례없는 수출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계부채로 소비심리는 얼어붙어 있지만 탄탄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는 제조업이 외국인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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