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는 염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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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맞는 것만으로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을까.

디스크의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추간판 탈출증. 추간판이란 척추 뼈 사이에서 마찰과 충격을 줄여주는 탄성조직이다. 젤 형태의 수핵을 질긴 섬유륜이 둘러싸고 있어 마치 도넛을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디스크라고 하면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수핵이 흘러나와 주변의 신경을 압박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신경을 누르는 원인 물질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종의 염증반응으로 보고, 염증을 막는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치료하는 방법이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제일정형외과(서울 강남)신규철 원장은 지난해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척추외과학회에서 염증을 막는 TNF-α 차단제의 효과를 보고한 데 이어 올 6월 포르투갈에서 개최되는 국제요추연구학회에서 그동안 장기 추적한 12명의 디스크 환자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시술 대상자들은 디스크가 파열됐거나 튀어나와 수술이 불가피했던 환자들로 치료 후 한명을 제외한 모두가 15일~3개월 만에 통증이 사라졌다. 또 시술 후 1년 이상 지난 환자들은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가 평균 63% 감소했으며 재발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 치료법의 원리는 '디스크는 염증이다'는 원리에서 시작한다. 밖으로 흘러나온 수핵이 TNF-α라는 염증 물질을 생산해 조직을 붓게 하고, 이로 인해 혈류의 흐름이 막혀 더욱 부종을 악화시켜 신경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염증을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부종과 통증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는 것이 이 치료법의 원리다.

치료법의 장점은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인체 손상이 전혀 없다는 것. 문제는 가격이다. 몸무게에 따라 200~300㎖ 정맥주사를 하는데 약값만 200만~300만원 소요된다. 신규철 원장은 "자연 치유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합병증이나 재발 가능성이 없다"며 "수술.입원이 필요 없어 기회비용을 따진다면 치료비 면에서도 환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TNF-α 차단제는 관절 류마티즘과 크론씨병 등 면역질환에 사용하는 약이다. 디스크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은 2000년부터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효과를 다룬 논문은 국내 논문 외에 국제 권위지인 척추학회지에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스웨덴 의사의 논문이 유일하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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