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충분히 쉬게 했더니 회사 이익 확 불어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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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경영원칙을 실천해 ‘천국 같은 일터’를 만들어온 일본 미라이공업사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 고문이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들을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은 그래야만 창의성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기·가스 설비 부품을 만드는 일본의 중소기업인 미라이공업사 야마다 아키오(77) 고문의 말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기업인을 상대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강연했다. 아키오 고문은 1965년 미라이공업사를 창업해 ‘인간 중심’의 경영 원칙을 실천한 중소기업가로 유명하다. 2003년 대표이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미라이공업사에서는 그가 주창한 ‘천국 같은 일터’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야마다 고문은 “골드위크 때 ‘빨간날’과 ‘검은날’이 띄엄띄엄 있기에 모두 휴무했다”면서 “신문을 보니 딱 한 곳이 우리 회사보다 많은 15일을 쉬었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더라”고 말했다. 골드위크는 일본에서 헌법의 날(3일)·어린이날(5일) 등이 몰려 있는 5월 초 연휴 기간을 말한다.

야마다 고문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들의 창의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차별화한 제품을 만들 수도, 시장의 승자도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마쓰시타 같은 거대 기업과 경쟁하면서 제품이든 경영이든 차별화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었다”며 “쉬는 것도 우리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라이공업사의 1만8000여 종 제품 중 90%가량이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미라이공업사는 공식 휴일만 1년에 140일에 달해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불린다. 개인휴가까지 합하면 1년의 절반인 180일 가까이 쉴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잔업이 없고 모든 남녀 직원에겐 3년의 출산 휴가를 준다. 정년도 70세까지 보장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정년을 63~65세로 높였다. 그러자 미라이공업사는 ‘우리가 최고여야 한다’며 70세로 늘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 회사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60억 엔(약 24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5%로 일본 제조업의 평균 경상이익률(5~6%)의 두 배가 넘는다.

야마다 고문은 “직원들이 많이 놀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그 반대”라며 “직원들은 모두 받은 만큼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근이나 지각·조퇴자가 거의 없고 근무시간 중 딴짓을 하는 직원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사장이 아무리 의욕이 넘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사장은 직원들이 일을 하려는 의욕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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