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강령 어긴 '신강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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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영부인 비하 발언'을 입맛대로 편집했다는 의혹을 산 MBC의 '신강균의 사실은'이 지난 2일 관련 촬영분의 원본 테이프를 공개했다. 이미 방송한 화면의 원본을 이례적으로 일주일 만에 다시 내보낸 것은 의도적인 짜깁기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MBC는 문제가 된 영부인 비하 발언뿐 아니라 송씨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등을 비난하는 장면을 내보내, 문제의 초점을 '발언 당사자의 언행이 적절했는가'로 돌리려 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신강균…'제작진은 원본 공개를 전후해 "원본을 공개할 경우 언급된 분들의 명예가 손상될 부작용이 있다""거친 말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탄핵을 둘러싼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송씨는 비유를 들어 말한 뒤 '이렇게 얘기하면 언어적 살인 아니냐'고 말했다…전체 맥락을 볼 때 지난 방송 부분이 당시 집회 분위기를 전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송씨의 부적절한 언행만 부각했다.

2일 원본 방송을 보면 일주일 전 방송은 송씨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그리고 이 점이 사태의 본질이다. 송씨는 '이렇게 얘기하면 언어살인'이라고 전제했지만, 제작진은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부분만 내보냈기 때문이다. MBC가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방송강령에는 '영상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도록 내용과 길이를 적절하게 구성한다''관련된 주요 사실의 의도적 누락이나 은폐 등으로 내용이 편향되지 않도록 한다'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영부인 비하 발언의 문제점에만 주목해 이 측면만 시청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편집했다. 결과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았고, '의도적 누락으로 편향된 내용'이 방송돼 방송강령을 어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안혜리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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