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月曆과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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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캘린더(calendar)는 라틴어 「kalendae」에서 유래한다.초창기 로마인들은 매달의 첫째 날을 「calends」로불렀다.흐르는 시간을 요모조모 구획지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인간의 작위(作爲)다.95년 12월31 일과 96년 1월1일 사이에는 또 한번 지구의 자전(自轉)이 있을 뿐이다.
초기 로마의 달력에 1년은 열달,295일이었다.3월(March)이 1년의 첫달이었다.7월이 「September」,8월이 「October」,9월이 「November」,10월이 「December」였다.7,8,9,10의 라틴어에서 비롯 됐다.기원전700년께 11번째(January)와 12번째 달(February)이 추가됐다.
1월1일이 한해의 시작으로 된 것은 기원전 45년.시저가 그리스 천문학자 소시게네스에게 자문해 단행한 개혁의 결과다.1년365일은 「시민년(市民年:civil year)」으로 불린다.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는 시민들의 합의에 따른 연력 (年曆)이다.
태양력상 1년의 평균치는 365.2422일이다.이를 365.
25로 잡아 4년마다 하루를 추가시키고 있지만 1년에 0.0078일의 오차는 4세기마다 3일의 오차를 불러온다.게다가 지구의 회전속도는 항상 일정하지 않다.
1초는 더 이상 하루의 8만6,400분의 1이 아니다.독일 본에 있는 원자시계의 세슘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하는 시간이 1초다.지구상 모든 시보(時報)의 기준이다.「과연 누구의 시간이냐」라는 의문을 불러온다.
지난 한해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가오는 해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거는 일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미래에서 과거로 자유롭게 왕래하고 자연(自然)은 이 시간의 역류에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물리학 법칙상의 「t」(시간의 진행)에 「-t」(시간의 역행)를 대입해도 자연현상은 같은 결과를 빚는다고 한다.문제는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이다.
한국의 「시계」는 줄곧 과거로 달려가고 있다.과거청산에 집착한 나머지 미래마저 그 볼모로 붙들려 있다.『과거를 의식하는 자는 그 과거를 되풀이하고만다』고 조지 산타야나는 경고했다.
그 과거의 되풀이가 아닌 「미래에의 복귀」가 새삼 간절해지는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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