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일 스타일 드러내는 이수성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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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5일 청와대로부터 임명받은 이수성(李壽成)총리가 취임1주일째를 맞아 자신의 스타일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소탈겸손형의 이홍구(李洪九)전총리와 대쪽소신형인 이회창(李會昌)전총리를 반반 섞어놓은 스타일일 것같다는게 총리실내의 대체적 관측이다.
李총리는 대부분의 공식석상에서 우선 『나는 학교선생 출신』임을 내세우며 격식을 무척 싫어하는 소탈형 총리의 모습을 보이고있다. 20일 첫 공식행사로 참석한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세종문화회관)에서 벌어진 일.
내무장관.바르게살기협의회장등 내빈석 앞에 나와있던 총리 의자를 보자 李총리는 슬며시 의자를 뒤로 당겨 내빈석과 동렬에 앉아 행사를 마쳤다.
李총리는 또 출퇴근때 청사경비대장인 경찰총경이 현관영접하는 것을 본 뒤 『총경쯤 되면 부하직원도 많은 바쁜 공직자인데 내가 오갈 때마다 인사할 필요가 있느냐』며 나오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 의전비서관이 외부전화를 연결해주던 그간의 관행도 탈피,전화번호부를 가져오게 한 뒤 직접 전화를 걸어 비서관들이 적잖이당황.의전측에서는 『그쪽에서 여비서가 전화받을 때도 있는데…』라며 난감해하자 李총리는 『그래도 전화는 내자신 이 거는 게 예의』라고 고집했다는 것.반면 이름을 묻는 李총리에게 총리실 여직원이 『미스 김』이라고 답하자 『어른에게 말할 때는 김가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교수출신답게 예절을 가르치기도 했다.
18일의 첫 국무회의에서는 『내가 선생만 오래 해 첫회의에 긴장이 되는데 담배 좀 피워도 되겠느냐』고 양해받은 뒤 담배 두대를 피워 2~3년간 유지됐던 「국무회의장내 금연」관행이 깨지기도 했다.
22일 첫 총리실간부회의에서는 매주 두차례 해오던 회의를 한차례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특히 총리 내정후 방문한 송태호(宋泰鎬)비서실장에게 던진 그의 첫 일성이 『자네와 나는 임기중 불우하고 그늘진 곳의 사람을 쉼없이 찾아다니자』였던 것으로 밝혀져 특유의 「봉사총리」를지켜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같은 소탈한 태도와 함께 예상됐던 李총리의 소신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李총리는 22일 간부회의에서 논란이 돼왔던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이 문제는 전임총리때도 논의되다 흐지부지됐던 일이 있다 .李총리는 덧붙여 『공무원도 이제 구태의연한 발상과 마인드에서 신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정책시각의 차이」를 들어 박영식(朴煐植)교육부장관의 경질을 관철시키기도 했던 李총리인지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같다』는 게 총리실 내부의 전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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