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기 휴강하고 출마하는 교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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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17대 총선에 모두 100여명의 교수가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다. 교수의 출마 비율은 13대 때 2.2%에서 이번에는 5.8%로 늘어나는 추세다. 학문적 경륜과 연구업적을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교수의 정치참여를 부정적인 눈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수의 출마로 뜻하지 않게 학생과 대학이 겪는 불편과 어려움은 차제에 개선돼야 한다.

교수의 정치활동은 정당법에 의해 보장돼 있다. 총장.교수 등 대학교원은 당원이 될 수 있어 교수 신분으로 모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교수가 의원선거를 포함해 선출직에 입후보하는 문제는 개인자유의 영역이다. 교수들이 휴직상태에서 입법부나 행정부에 몸을 담다가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직업이 교수인지, 정치인인지 모를 정도로 정계와 학계를 넘나들어 비난받은 사람도 없지 않다. 그래서 해당 학교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관변' '사이비'교수라며 재입성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요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교수들이 정치를 한다며 어정쩡하게 교수직을 겸한 채 선거전에 뛰어들어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달 동안 매달려도 끝내지 못할 숙제를 내주고 갑자기 출마 선언을 하거나, 기약없이 휴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생들은 제대로 강의를 받지 못해 손실이 크고, 학교 측은 학기 중간이라 담당교수를 변경하기 위해 새로운 강사를 물색하기도 힘들다.

총선에 출마한 교수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선거에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을 텐데, 그렇다면 강의를 맡지 않는 것이 바른 자세였다. 한창 강의 중에 선거에 나가는 것은 낙선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약삭빠른 계산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치에 나서겠다면 깨끗하게 신분 정리를 하는 것이 더 보기좋다. 학자의 양식에 따라 스스로 교수를 그만두거나 휴직이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최소한 공무원처럼 선거일 60일 전에는 거취를 결정하도록 법적인 규제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