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28) 경기 화성 열린우리당 안병엽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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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이 발전하려면 재정을 확보하고 외자유치를 해야 합니다. 농업과 공업의 균형 발전을 토대로 IT 산업과 BT(생명공학기술) 산업을 집중 유치해 청년 실업 해소와 지역 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습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안병엽(57) 후보가 경기 화성에서 한나라당 강성구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관료로서 성공적 삶을 살아 온 그가 험한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관료시절 마련한 정보통신 인프라도 정치가 제대로 돌아갈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역간·세대간·계층간 갈등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그 원인이 바로 낡은 정치에 있어요. 이번 17대 총선은 낡은 정치 대(對) 새로운 정치가 대결하는 장이 될 겁니다. 이 싸움의 중심에 열린우리당이 있고, 저 또한 이 중대한 시기에 정치 발전에 일조할 생각입니다.”

안 후보는 화성군 마도면 출신이다. 고입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친 그는 대경상고를 거쳐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주경야독 끝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행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공직생활은 1972년 경기도청에서 시작했다. 그 후 법제처를 거쳐 경제기획원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경제기획원 기획과장·동향분석과장으로 있는 동안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경제기획원 예산국장으로 있을 땐 농업개방에 대비해 44조원의 농어촌 관련 예산을 확보했고, 15조원에 달하는 농어촌특별세를 도입했다. 안 후보는 당시 농어촌 보호와 우리 농어업의 경쟁력 향상에 힘썼다고 회고했다.

▶안병엽 후보는 지역구인 화성의 환경이 70년대 개발 초기의 농촌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와 농어촌이 혼재해 개발 잠재력이 크지만, 난개발의 우려도 있다는 것. 안 후보는 이런 화성을 「도농 복합형 디지털 도시」로 바꿔 놓는 것만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사진은 화성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안 후보(가운데).

관료로서 빛을 본 것은 정보통신부가 출범하면서다. 정통부 출범 때 초대 정보화기획실장을 맡은 그는 그 후 국가정보 인프라 구축을 책임지는 정보통신정책실장을 지냈다.

“정통부로 옮겼을 때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수가 불과 3만 명이었습니다. 속도도 많이 느렸죠. 정보화 사회라고 하기엔 모든 것들이 부족한 시절이었습니다. 진정한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죠.”

안 후보는 우리 사회 전반에 인터넷 문화가 빠르게 보급되는 과정에서 늘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고 자부했다. 초고속통신망인 ADSL 구축, IT· 벤처 산업 육성, 이동통신 활성화 등 그가 장관으로 있으면서 꾸준히 추진한 정책들은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에서 단시간에 벗어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1998년 IMF 위기가 닥쳤을 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지식정보화 산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관을 그만둔 후엔 정보통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을 맡아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 안 후보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낡은 정치의 개혁과 국민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낡은 정치로 상징되는 옛 질서를 바꾸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역갈등이 해소해야 나라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총장으로 있는 동안 졸업생 1인당 평균 세 군데에서 입사요청을 받았습니다. 취업률이 300%였다고 할까요? 최고의 인재로 키워 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었죠. 이제 관료로서의 경험과 인재 양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되면 무엇보다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구인 화성에 대해선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도농 복합형 디지털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복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든 관료든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공직자는 국민의 신뢰를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건 ‘신중한 정책 결정과 예측 가능한 정책 추진’이에요. 30 여 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원칙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책을 집행했습니다. 다면, 이제 양보와 신뢰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정치를 펼쳐 보겠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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