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르치지 말고 책과 놀게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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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이는 놀이와 배움을 구분하지 않아요. 엄마는 아이가 책을 갖고 놀 수 있도록만 해주세요.”

『짠 까꿍 놀이』(웅진주니어)의 저자 기무라 유이치(60·사진)는 “책으로 아이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아이에겐 책 역시 다른 종류의 장난감일 뿐”이라며 “책 속 주인공을 따라하며 놀다보면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을 익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동화책 『폭풍우 치는 밤에』의 작가로도 유명한 그는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남이섬 세계 책나라 축제’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짠 까꿍 놀이』『꾸벅 인사 놀이』등 그의 아기놀이책 시리즈는 만 0~1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다. 병아리 그림을 들추면 병아리가 ‘안녕하세요’하고 꾸벅 인사하는 플랩북 형태다. 1995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후 13년 동안 10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에게 책이 효과가 있을까. 유이치는 “생후 2개월의 ‘독자’들이 내 책을 가장 좋아하더라”며 “자신과 책 속 주인공을 동일시하지는 못하지만 상호작용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 나오는 고양이가 변기에 앉아서 응가를 하면 자기도 따라하는 거에요.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따라하기잖아요. 고양이와 놀면서 배변습관을 배우는 거죠.”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큰 딸에게 어떻게 하면 인사법을 가르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아기놀이책을 고안했다. “손님이 오시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꼭 제가 고개를 숙여줘야 하더군요. 그런 아이가 텔레비전에서 아나운서가 인사를 하니까 곧장 따라하더라고요.”

어떻게 따라하게 할까를 고민하며 종이냅킨에 그림을 그리다 종이냅킨의 펄럭임에 착안해 플랩북으로 만들었다. 유이치는 “정작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 큰 애와 둘째 애는 내 책을 보며 자라지 못했다”며 웃었다. 대신 이제 열한 살인 늦둥이 아들에겐 태어나자마자 책을 읽어줬고, 아들은 자기 전에 꼭 책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

팝업북·사운드 북 등 갈수록 화려해지는 다른 어린이책에 비해 그의 책은 단순하다. 유이치는 “단순한 구성 덕분에 값이 싸서 많은 어린이들이 내 책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아리·강아지·고양이등 일부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을 골랐고 따뜻한 느낌을 위해 파스텔로 그렸다. 그는 “파스텔을 손가락으로 직접 문질러 그리다 보니 한 권을 끝내고 나면 지문이 지워질 정도”라며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을 내밀었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책을 만든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유이치. “아들이 나와 껴안는 걸 좋아하는데 착안, 다음번에는 껴안기 놀이책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글=선승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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