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대장경의비밀>下.經板내용 DB구축 대중화 모색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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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팔만대장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이젠 단순히 우리의「국보」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보물이 된만큼 이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느냐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팔만대장경 보존대책은 크게 두 가지.하나는 대장경 자체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현대적으로 다시 포장해 학문 연구등에 활용케 함으로써 대중화.세계화의 길을 여는 일이고,다른하나는 경판과 판고등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지켜 내느냐 하는 것. 전자의 경우 내용의 전산화와 영상화가 주된 방법으로 이 가운데 전산화는 우선 원문의 초벌 입력을 연말 목표로 진행중인상태.93년부터 삼성전자의 기술 및 재정지원을 받아 대장경연구소측이 추진하고 있는 전산화작업은 초벌 입력이 전체 공정의 5%밖에 안될 정도로 방대한 사업.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해도 25억원 가량인데 앞으로 교정과 구두점 표시를 하고 대장경 자체(字體)개발,데이터베이스 구축등을 위해서는 줄잡아 5~10년의세월과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특 히 교정과 구두점 표시작업은 한문뿐만 아니라 불경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전제되는데다 작업량이 무려 5만여쪽(경판 3면이 1쪽)에 달하기 때문이다.
교정작업의 경우 연구소측은 앞으로 적어도 10교는 거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쪽당 2,000원씩 잡아 전문가 10명을 동원한다 해도 교정을 마치는데 12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연구소측은 급한대로 내년까지 1교를 마치고 계속 교정작업을 해가면서 97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잡고 있다.데이터베이스는 기본적으로 97년 예정인 팔만대장경 한글번역 완료에 맞춰 원문과 대조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어서 이사업이 모두 끝나면 불교학 교과서로서의 대장경에 대한 활용범위와 인식이 새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소측은 이를 위해 역경(譯經)에 반드시 필요한 용어통일 작업도 병행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CD롬을제작,100만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해 활용도를 넓힐 방침이다.
연구소측은 대장경 전산화작업과는 별도로 경판과 판고에 대한 영상화작업을 추진할 계획인데 현재 전체적 보존상태를 판고 및 판가별 위치에 따라 여러 각도에서 계절별로 기록하는 것은 물론경판 낱개별 화면처리도 해 필요에 따라 영상을 통해 원판 내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연구소측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분야는 순수 문화재 차원에서 팔만대장경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대책 마련 문제.학계에서는 지금까지 팔만대장경이 놀라울 정도로 온전하게 보존돼온만큼 나름대로 비법이 있을 것으로 보고,이를 종합적으로 규명하기 전에 섣불리 부분적 처방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실례로 경판 자체만 놓고 볼 때 그동안 균이나 곤충에 의한 피해를 방지한답시고훈증(燻蒸)소독등 단편적 처방을 하 기도 했지만 긍정적 효과 이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판고의 경우도 지붕이나 기둥이 낡았다고 재질등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바꿀 경우 오히려 경판에 큰 훼손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 조사의 결론이다.연구소측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오는 98년까지 보다 과학적이고 다각적인 심층진단을 실시한 뒤 분야별로 유기적효과를 가지면서도 전체적으로 완벽한 보존방법을 강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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