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금강정사 대명스님의 복싱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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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스님은 다리를 곧추세워 다시 일어났다.강한 주먹을 얻어맞은 턱은 화끈거리고 다리는 휘청이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에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었다.『힘을 내자.』몇번이고 이말을 되뇌었다.그러나 주먹은 철근을 매단듯 움직이질 않았■.
15일오후 프로복싱 95전국신인왕전이 벌이지고있는 문화체육관. 이날 라이트급 8강전에는 속세를 떠나 불가에 입문한 스님이출전,2회 KO패를 당했으나 200여명의 관중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내 추위를 말끔히 녹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금강정사(경기도광명시하안동)기도법사인 대명(大明.34)스님.
대명 스님은 이날 경기에서 주정만(챔피언체육관)에게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턱에 얻어맞고 캔버스에 쓰러진뒤 일어났으나 도저히경기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세컨드가 타월을 던졌다.
대명스님이 복싱을 시작한 것은 81년 인천체고 2년때.
당시 그는 서울 동일중 학생때 교내 불교서클에서 알게된 교리에 심취해 3년때인 78년 자신의 생일날 출가,이미 스님의 신분이었다.인천체고에서 동창인 전세계챔피언 유명우등과 함께 복싱을 배운 대명스님은 83년 신인아마선수권 라이트웰 터급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했다.
『복싱을 통해 포교할 생각입니다.중생과 같이 있지않으면 의미가 없지않습니까.』프로복서의 데뷔무대인 신인왕전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그는 주지스님의 반대로 남몰래 이번대회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그동안 매일 오전4시 예불을 마친뒤 오전6시부터 로드워크를 벌이고 오후에는 서울신림동의 한 체육관에서 샌드백을두드려왔다.
스님과 프로복서라는 「직업파괴」의 변신이 좌절됐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타 중생의 패배와는 다른 훈훈함이 가시지 않았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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