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씨 귀국배경.수사 스케치-왜 돌아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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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휘(金宗輝)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2년8개월에 걸친 긴「도피성 방랑생활」을 끝내고 11일 오후 전격 귀국함에 따라 모든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현상황에서 귀국을 결행하게 된 진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율곡비리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중지 상태에 있는 金씨는 이날 도착 즉시 검찰에 연행됐다.구속등 사법처리 여부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다는 것이 검찰측 얘기지만 여러가지 정황에 비추어 구속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되 고 있다.
이종구(李鍾九)전국방장관이나 정용후(鄭用厚)전공군참모총장등에대한 소환조사결과 金씨가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에 핵심적 역할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金씨는 지난주 국내변호인을 통해 안강민(安剛民)대검중수부장에게 귀국의사를 전달했고,같은날 박건우(朴健雨)주미대사도 金씨의 귀국결심을 간접확인한 바 있다.이런 점에서우선 제기되는 것이 묵계설이다.
사법처리 수준을 둘러싸고 검찰과 金씨간에 모종의 양해가 이루어진게 아니냐는 분석이다.검찰조사에서 金씨가 『기종변경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직접했고,나는 단지 하수인에 불과했다』고 끝까지 발뺌할 경우 검찰로서 도 율곡비리관련 혐의로 金씨를 구속기소할 명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배려(?)가능성이 전달됨으로써 金씨가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 묵계설의 배경이다.
검찰로서는 盧씨의 율곡사업 관련 비리규명을 위해서는 金씨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설사 검찰이 모종의 배려를 암시했더라도 모든 상황이 金씨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돼 있는 현 시점에서 귀국을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은 또 다른 배경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11일 정부고위층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 「물귀신설」과 「무일푼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수사가 현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혼자 모든 「덤터기」를 쓸수 밖에 없다는 억울함과 위기감 때문에 귀국했을 거라는게 물귀신설이다.어차피 당할 바에 있는대로 모든걸 다 털어놓고 공범과함께 당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고정 수입원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체류가 경제적으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무일푼설도 나오고 있다.최근 국제전화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울 만큼 주머니사정이 악화됐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결백을 밝히기 위해 귀국했다』는 것이 金씨의 주장이다.그러나 좀더 일찍 귀국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느냐는 뼈아픈 지적은 金씨가 앞으로 해명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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