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新인간>11.美오클랜드'그래니 구스'사장 김희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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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절름발이 거위할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놀라운 변신을 했다.거위할멈이란 뜻의 「그래니 구스(Granny Goose)」는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시에 자리잡은 포테이토칩 제조회사로 연간 매출액 7,700만달러( 약 592억원)규모의 알찬 유망 중소기업이다.그러나 불과 3개월전만 하더라도 이 회사는 방만한 경영과 만성적인 노사분규로 폐업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이 회생불능의 식품회사를 인수,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시킨 젊은 기업인이 있으 니 그가 바로 1.5세 재미교포인 김희준(33.미국명 Keith Kim)씨다.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짧디짧은 시간안에 적자투성이의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그는 이제 미국인 기업가 사이에서도 「신동기업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金씨는 현재의 유통망을 미 전역으로 확대,미국내 포테이토칩의 대명사격인 「프로토 레이스」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현재 매출액규모가 1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군을 거느리고 있는 그가 본격적으로 기업가로서의 야망을 키워나가게 된 것은 85년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면서부터.
국민학교 4학년때인 지난 73년 미국으로 이민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전무했던 그였지만 끊임없는 도전의식과 사업가적기질은 그의 성공을 예고했다.
金씨는 대학졸업후 새크라멘토지역의 한 미국인 보험회사에 취직,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당시 캘리포니아에는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릴 때였다.나이 어린 평범한 직장인에다 사업밑천도 없었던 그로서는 부동산사업에 매력을 느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담보가 없다보니 찾아가는 은행마다 융자신청을 거절했다.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궁리끝에 신용카드를 있는대로 신청하기로 결심했지요.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신용카드로뽑은 돈으로 첫 집을 장만했고 그 집이 결국 무일푼인 저의 훌륭한 사업기반이 된 셈이지요.』 신용카드로 산 것이나 다름없는집외에 대학을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해 따놓았던 부동산 중개업 면허증도 그의 성공에 톡톡히 한몫했다고 한다.
집값이 오르면 팔고 또 한 채 사서 오르면 되파는 식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린 그는 88년 부동산업에 전념할 생각으로 정든직장을 그만두었다.처음에는 지역내 부동산 경기동향을 꼼꼼히 파악해 두었다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매물만 골라 거래했다.
그러다 90년 들어 부동산경기가 시들해지자 金씨는 은행차압건물을 사들이는 한편 아파트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金씨가 불과4년동안 이렇게 매입한 아파트는 모두 300여동에 시가로는 1,500만달러어치(약 115억원)로 불어났다.
지난해 5월 평소 절친한 사이인 앨리후 해리스 오클랜드시장의주선으로 파산직전의 「메리트 베이커리」라는 제과업체를 인수하면서 그는 원래 꿈이었던 제조업체를 처음으로 경영하기에 이르렀다. 종업원 100명에 연간 매출액이 500만달러(39억원)인 이 회사는 북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제과업체였다.특히 이 회사가 직영하는 메리트 레스토랑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오클랜드의 명소였다.
오랜 경기침체에 어려움을 겪어온 오클랜드시로서는 메리트 레스토랑마저 문을 닫을 경우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시장이 인수자를 발벗고 찾아 나섰던 것이다.
***市長이 기업인수 권해 『마케팅이나 유통부문의 문제는 없었어요.다만 종업원이 100명밖에 안되는 소규모 기업에 노조가3개나 끼어들어 임금수준이 턱없이 높았던 게 제일 큰 문제였지요.전체 매출액의 52%가 인건비로 지출되는 상황이었으니 경영상태가 오죽했 겠습니까.』 해리스시장의 중재로 노조와의 협상을비교적 순탄하게 끝내고 종업원들의 임금문제도 적정선에서 재조정하고 난 후 석달째부터 매달 5만달러씩 순이익이 남기 시작했다. 이후 깎았던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등 기업경영의 묘미를 느껴가던 지난 7월.마침내 대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메리트 베이커리보다 열곱절도 더 큰 규모의 그래니 구스가 파산위기에 몰리자 해리스 시장은 또다시 金씨에게 인수를 권하고 나선 것.
그러나 그래니 구스의 인수는 만만치 않았다.메리트 베이커리보다 경영상태가 훨씬 부실했다.
『전체 직원수가 600명 정도인데 업무용 트럭을 제외하고도 회사소유로 등록돼 있는 차량이 300대가 넘었으니까요.평직원은물론 간부진도 물자가 펑펑 낭비되고 있는 상황인데 거의가 남의일 보듯 했고요.』金씨는 인수당시를 이렇게 회고했 다.
회사인수를 결심한 그가 단행한 첫번째 작업은 군살빼기였다.우선 노조와의 협상끝에 직원수를 400명으로 줄였다.
『감원뒤에는 보고체계를 간소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일반직→현장감독→부서장의 순으로 어떤 사안이든 결재과정을 2단계이상 거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공격적 경영 회사살려 金씨는 이와 함께 스스로 매일 공장을 찾아가 생산과정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간부직원들에게도 하루 한번이상씩 공장에 들르도록 의무화했다. 감원과 감량경영으로 회사의 지출을 종전보다 3분의2로 줄인후에는 공격적인 경영기법을 도입,그래니 구스는 지난 9월부터 마침내 흑자운영으로 돌아섰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그래니 구스를 발판으로 대형기업을 반드시 일궈내 이민 1.5세로서의 불리한 여건이 많지만 이를 딛고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사회에 꼭 알리렵니다.』 무일푼에서시작,불과 10년 남짓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1억달러규모의 부를 일군 김희준씨.아직도 사업가라기 보다는 대학생의 앳된 인상을 물씬 풍기지만 사업에 대한 포부와 의지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다부지다.
지난 93년 결혼,부인 송연씨와 2개월된 아들을 두고 있다.
보험회사서 사회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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