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 갈림길 … 아일랜드만 바라보는 EU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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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 전역이 아일랜드를 쳐다보고 있다. 아일랜드가 12일 ‘미니 유럽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을 놓고 찬반 국민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정치·경제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리스본 조약을 통과시켜야 한다. 통합유럽을 구성하는 뼈대이기 때문이다.

EU는 2005년 리스본 조약의 전신이던 유럽헌법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부결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 또 한 회원국이라도 퇴짜를 놓는다면 유럽 통합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아일랜드의 비준 투표를 앞두고 리스본 조약 비준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 리스본 조약이란.

A : 유럽 통합의 법적 토대인 유럽헌법이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의해 거부된 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약이다. ‘개혁 조약’(Reform Treaty)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럽헌법 내용을 줄이고 대폭 수정한 미니 헌법이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지난해 12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모여 서명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올해 회원국들의 비준 절차를 거쳐 모두 통과되면 내년부터 발효된다

Q : 리스본 조약의 내용은.

A : EU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임기 2년6개월짜리 유럽이사회 의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은 회원국 정상들이 돌아가면서 6개월씩 순번제 의장을 맡고 있지만, 조약이 발효되면 정식 대통령을 임명해 일정 기간 임기를 보장한다. 또 현재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대표와 EU 집행위원회 대외담당 집행위원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외무장관 직을 신설해 세계 정치 무대에서 EU 외교 수장의 영향력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EU 집행위원회는 규모를 축소하고 많은 분야에서 국가 비토권을 없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Q :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 회원국 정부의 권력이 EU로 이전되나.

A : EU는 회원국들이 상당한 분야에서 주권을 공동 소유하는 데 동의한다는 사실 덕분에 존재할 수 있다. 리스본 조약은 그런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또 새로운 영역에서도 협력 강화를 규정하고 있다.

Q : 조약에서의 ‘선택적 이탈’을 추구하는 회원국은 없나.

A : 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와 영국은 난민·비자·이민 관련 EU 정책에 대해선 구속받기를 싫어한다. 두 나라는 리스본 조약이 발효돼도 사법과 내무 분야에선 EU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Q : 리스본 조약도 퇴짜맞을수 있나.

A : 27개 회원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효력을 상실한다. 현재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에선 의회 비준을 했거나 앞두고 있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투표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Q : 유럽헌법 외에 다른 EU 조약도 부결된 선례가 있나.

A : 모두 다섯 번 있었다. ① 1954년 프랑스 하원이 유럽 6개국의 군사 유대를 강화하려는 유럽방위 공동체 조약을 부결시켰다. 이 사태로 유럽 지도자들은 경제 통합을 대안으로 선택해 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창설했다. ② 65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EEC 각료 이사회 의사결정 방식을 만장일치에서 다수결로 전환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이후 회원국들은 국가적 중대사로 여겨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갖게 됐다 ③ 92년 덴마크가 국민투표에서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부결시켰다. 덴마크는 재협상을 거쳐 이듬해 2차 투표에서 비준했다. ④ 96년 EU가 광우병 발병을 이유로 영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자 존 메이저 영국 총리가 EU 정책 결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⑤ 2001년 EU 제도를 간편화하고 동유럽권의 가입을 준비하려는 니스 조약이 아일랜드에서 부결됐다.

Q : 아일랜드의 분위기는 어떤가.

A : 일단 리스본 조약에 대해서는 아일랜드의 모든 정당이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일랜드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리스본 조약 반대 여론이 계속 증가해 33%에 이르러 찬성 여론(41%)과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아일랜드가 민감해하는 문제는 법인세·방위정책·농업정책 등이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2001년 니스 조약을 부결시킨 선례가 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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