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위기돌파 카드 ‘박근혜 총리’ 급부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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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02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현충원의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을 방문하고 있다.

이명박은 박근혜에게 손을 내밀까. 박근혜는 이명박이 내민 손을 잡을까.

대통령 측근 “국정 안정 위해 이 방법밖에 없어”

주말을 거치면서 ‘박근혜 총리론’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돌파 카드다. 서울광장은 붉은 촛불에 뒤덮이고, 워싱턴은 재협상을 일축하고, 청와대 수석들은 전원 사의를 표명하고…. 다음 수순은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 카드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민심 수습을 위한 정면돌파 방안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총리에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집권세력 내부에서 떠오르고 있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시작되던 6일, 이 대통령의 실세 인사 Q씨와 만났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 시위대의 청와대 진격에 그의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Q씨의 입에서 ‘박근혜 총리론’이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그런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 대통령의 결심이 아직 안 섰다는 얘긴가.
“….”

-박 전 대표가 왜 총리를 맡는 게 좋은가.
“그래야 국정이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정권이 바뀌어도 좌파의 힘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 준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좌파라는 건 아니다. 참가자들의 주장을 교묘하게 반미와 반정부로 비틀어 이끄는 좌파 세력이 건재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수세력이 단결해 대처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총리가 되면 보수세력이 안정될 것이다.”

-근거가 뭔가.
“지금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20%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거품이 빠지고 단단하게 남은 순수 이명박 지지율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5% 정도다. 이회창 선진자유당 총재의 지지율은 6%쯤이다. 20+15+6=41이다. 41%는 대선·총선 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받은 지지율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현 집권세력의 지지자들이 세 지도자한테 나뉘어 있다는 얘기다. 지도자들이 손을 잡으면 보수세력이 뭉칠 것이다.”

박근혜 총리론은 친이명박계나 친박근혜계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그만큼 양측이 갖는 위기의식은 크다. 박 전 대표에겐 ‘10년 만에 되찾은 보수정권이 흔들리는데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력이 작지 않다.

친박 인사인 서병수(3선·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의원은 7일 “친박 의원들 가운데 ‘박 전 대표가 국가지도자로서 나라의 위기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박 전 대표에게 총리 자리를 제의한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인사 가운데 김무성(4선)·허태열(3선) 의원 등이 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양쪽이 품고 있는 서로에 대한 불신감이다.

따라서 ‘박근혜 총리’가 실현되려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진심을 전달할 메신저가 존재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측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로 이상득(6선) 의원과 최경환(2선) 의원이 꼽히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형이자 박 전 대표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이, 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맡아 이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이 강점이다.

◇“강재섭도 총리 희망”= 이 대통령에겐 다른 부담도 있다. 대통령의 측근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총선 불출마로 자기를 희생한 강재섭 대표에게 이 대통령이 크게 미안해하고 있다”며 “박근혜 총리론은 차기 총리를 희망하는 강 대표에게 또 좌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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