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 경로잔치 “31년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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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하동 한마음회관 체육관에서 31번째 ‘아름다운 경로잔치’를 마련한 김옥순씨가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울산 동구청 제공]

“한 두해도 아니고 31년씩이나 정성껏 잔치를 열어주니…. 내 자식처럼 고맙구먼.”

4일 오후 울산시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 실내 체육관. 500여명의 노인들이 갖가지 떡·음료와 점심이 차려진 잔칫상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다. 무대 쪽에는 하늘색 한복을 차려입은 50대 여인의 팔을 끌며 춤판이 벌어졌다.

여인은 전하동에서 작은 떡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옥순(59)씨. 20대 새댁이던 1976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이맘때마다 지역의 어르신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어오는 사이 본인도 내후년이면 회갑을 맞는 나이가 됐다.

김씨는 “젊은 시절 전하1동 통장을 지내면서 우연히 경로당에서 식사대접을 했는데 할아버지·할머니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잊지 못해 넉넉잖은 살림이지만 매년 작은 잔치를 열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이웃들이 우리 방앗간을 애용해준 덕분에 번 돈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마련한 잔치니 결국은 주민의 힘으로 벌이는 주민잔치”라며 자신을 낮췄다.

내빈으로 참석한 정천석 동구청장은 “작은 떡방앗간 덕분에 지역 민심이 훈훈해졌다”며 김씨의 손을 꼭 쥐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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