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권력찬탈' 정치드라마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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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김영삼 대통령이 5.18특별법 제정지시로 개혁재개를 선언한 가운데 브라운관에도 불의의 권력찬탈을 단죄하고 개혁의 명암을 그린 사극과 중국 수입드라마가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모으고 있다.
SBS가 12월3일부터 일요일 밤10시50분에 방송할『측천무후』와 KBS-2TV가 내년 1월부터 월.화요일 밤9시50분에방송할 『조광조』가 그것.
『장희빈』『서궁』등 궁중암투.치정관계에 치중하던 사극과 『포청천』『칠협오의』등 무협물이 주종이던 중국 드라마와 거리가 있는 이같은 본격 정치드라마가 잇따라 방송되는 것은 정치가 최고의 화젯거리로 떠오른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즉 두 프로는 유신드라마에서 나타난 정치극에의 관심을 시청률로 흡수하는 한편 역사적 소재를 통한 현실정치의 은유라는 이미지효과까지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KBS-2TV의『조광조』는 이상주의자 조광조(유동근)의개혁정치가 중종(이진우)의 현실주의와 충돌하면서 좌절하는 내용을 그리게 된다.
「역사에서 원형 그대로 성공하는 개혁은 전무함」을 보여줌으로써 작금의 개혁정국에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제작진은 『굳이 현실정치와의 연관성을 따진다면 주위를 살피지않는「원칙정치」를 펴다 개혁에 좌절하고만 이회창 총리의 경우와비슷하다』고 귀띔한다.
SBS의『측천무후』는 음모와 공작을 바탕으로 당나라 왕실의 후궁에서 중국 유일의 여황제가 된 측천무후가 충신들에 의해 끝내 축출당하는 「사필귀정의 역사」를 다루게된다.이 역시 5.18을 단죄하는 현 정국과 상당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지적이다.
두 프로에 대해 방송가 일부에서는 정부의 개혁재개 시점과 때맞춰 기획,방송된다는 점에서 80년대 유행한 국책사극의 재판이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두 프로 제작진은 『올해 쏟아진 가벼운 오락사극과무협물의 호응도가 점차 낮아진 반면 유신극등 선굵은 정치극의 인기는 높은 점을 감안한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그러나 정치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현실정치와 관련, 해석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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