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윈도95열풍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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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한글윈도95」가 마침내 28일 0시를기해 판매되기 시작했다.이를 대하는 소비자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다.이날 오전부터 공식판매행사가 열린 서울삼성동 종합전시장(KOEX)에 몰려든 시민들의 「환호」와 행사장 앞에서벌어진 일부 PC사용자들의 「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정반대의 모습이었지만 이 두 장면에서 우리도 이제는 정보화의흐름을 탈 수 있는 소양을 충분히 갖췄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종합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국민학생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노년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고,모두 큰 기대감에 젖은 표정이었다.한 국민학생은 『윈도95를 사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뛰어왔다』고 흥분했고,60대 노신사는 『윈 도95 없으면컴맹소리를 들을 것 같아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제품 하나에 소비자들이 이렇게 열광한 적은 없었다.컴퓨터로 상징되는 정보화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열의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PC사용자들의 시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한글코드로 확장완성형을 그대로 사용한데 대해 항의했다.대부분의 국내 PC에 장착하게될 윈도95 한글판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어순을 무시한데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자 국내 정보산업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결의가 배있는 항변이었다.
이날 발표장에는 입장하는 데만 30여분이 걸릴 만큼 수많은 인파로 북적댔다.하지만 이같은 불편 속에서도 국내 컴퓨터환경을바꿀 이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진지한 모습이 넘쳐 흘렀다.우리의 손으로 개발될 국산 「윈도2000」 「윈도3000」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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