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산'외국은 어떻게 했나-칠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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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칠레는 17년간의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90년 민간정부가 들어섰으나 과거 청산은 지지부진하다.군부통치의 대명사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대통령(79)은 지금도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차지하고 군통수권을 휘두르고 있다.그는 97년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또 대통령 재임기간중 국내에서 자신의 명령을 따른 군장교들에 대해 백지사면령을 내렸다.
피노체트는 73년 군사쿠데타에 성공하자 4만여명을 체포.구금했다.특히 84년 9월에는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유혈진압도 불사했다.
칠레 언론들은 당시 군.경찰이 민주인사들을 비밀리에 처형하거나 강제 추방했다고 폭로하면서 단죄를 요구하고 있다.「데사파레시오스」(실종자)로 이름지어진 수천구의 유해에 대한 발굴작업이아직도 계속되고 있다.91년에는 칠레정부가 『2 ,279명의 민간인이 군사정권시절 고문.암살.처형당했다』는 인권보고서를 내놓았으나 특별법 제정등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취임한 에두아르도 프레이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육군참모총장등 대장이상 군부지도자 경질이 불가능한 현행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앞으로 피노체트세력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인권유린 혐의를 받았던 루돌프 스팅헤 무장경찰사령관이 현직에서 물러났다.지난 5월말 대법원은 군사정권때 악명높았던 국가정보국(DINA)책임자 마누엘 콘트레라스(66.예비역 육군대장)에게 7년형을,제2인자 페드로 에스피 노자 준장에게 6년형을 선고했다.지난 76년 미국 워싱턴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올란도 레텔리에를 폭탄테러로 살해토록 배후조종했다는 혐의였다. 과거 청산을 외면할 수도,무력을 장악한 군부지도자들을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 칠레의 현실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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