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의료인의 작은 친절 환자에 커다란 위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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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얼마전 한밤중에 갑자기 위가 아파 근처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다.
응급실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지만 밤이라서 그런지 위급한 사고환자에서부터 감기몸살환자까지 계속 밀어닥쳐 침대가 모자랄 지경이었다.병원측에서는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일단 환자를 받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빨리 와달라는 환자나 가족들의 아우성에 정신이 없었다.그런데 그런 와중에서도 침착하게 미소를 잃지 않고본연의 자세로 자기 일에 임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은 그동안관공서나 타시설의 불친절에 익숙해 있는 내게 큰 감동이었다.게다가 환자들 사이를 돌며 불편한 점을 묻고 진심으로 그 고통을위로해주는 수녀님은 그 존재 자체가 환자들에게 큰 의지였다.신경쇠약으로 탈진해 있는 한 아주머니의 불행했던 과거이야기.넋두리를 묵묵히 들으며 같이 공감해주던 수녀님의 모습에서 종교의 참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안희주〈서울서초구반포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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