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중국行 하늘길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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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찾아온 중국 노선을 잡아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증편되는 중국 노선을 따내기 위해 사운을 건 경쟁에 나섰다.

지난 19일 한.중 항공회담에서 중국 대부분의 노선에 적용해오던 '1노선 1국 1항공사'원칙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에 주 11회, 칭다오도 주 7회, 톈진 주 3회의 여객편이 늘어나게 된다. 두 항공사는 1994년 한.중 항공회담 때 맺은 약정에 따라 베이징을 제외한 중국 노선에는 한 항공사만 취항해 왔다. 대한항공이 칭다오(주 14회).선양(주 14회).톈진(주 11회) 노선을 독차지하고 있고, 아시아나가 주 17회 상하이에 독점 취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로 주 10회 이상 배분된 노선에는 두 항공사가 동시에 취항할 수 있게 된다.

중국노선은 국제선 중 수익률이 제일 높아 황금알로 불리우며, 이미 시장이 성숙한 일본.미주 노선과 달리 성장 잠재력도 크다. 특히 최근 몇년 동안 급성장한 상하이 노선은 어느 항공사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선 아시아나가 고수익 노선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새로 증편되는 노선은 모두 대한항공에 배정해야 한다"라며 "특히 상하이는 아시아나가 그동안 독점 취항했으니 이젠 우리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그동안 톈진.칭다오.선양에서 충분한 이익을 낸 뒤 우리가 취항하는 상하이 노선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상하이에 대한항공이 취항하면 선양.칭다오.톈진 노선 배분도 처음부터 공정하게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전체 중국노선 매출의 53%를 칭다오.톈진.선양에서, 아시아나는 25%를 상하이 노선에서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공정한 기준을 세워 1~2주 내에 결정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편익과 국익 차원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노선은 연평균 승객수가 20%씩 증가하는 황금노선으로, 동북아 허브 정책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항공사 간의 경쟁이 가열되면 항공요금은 더 내려갈 전망이다. 이번 항공회담의 결과에 따라 추가 증편되는 한국 항공편만큼 중국 측의 항공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상하이 노선의 아시아나항공 왕복 요금은 46만원선. 대한항공은 인천~칭다오 44만원, 인천~선양 38만원, 인천~톈진 48만원을 받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중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항공료가 지금보다 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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