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만의 달력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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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 스산한 세밑 분위기를 재촉하는 요즈음. 슬슬 묵은 달력을 걷고 병자년 새해 달력을 준비할 때다. 명화나 미남.미녀의 얼굴이 인쇄된 비슷비슷한 달력 대신 한번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집만의 달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미대 출신의 주부 경규창(慶奎昌.32.서울양천구신정6동)씨는 몇년전부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갖가지 소재를 이용,아이들과 함께 직접 달력을 만들며 생활의 잔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慶씨가 달력의 바탕지로 주로 쓰는 것은 라면상자에서 뜯어낸 골판지.
다소 투박한 질감으로 인해 어떤 소재와도 잘 어울리는데다 두께가 도톰해 쉽게 찢어지거나 구겨지지 않기 때문.
새해 1월용 달력으로 그는 검게 바탕을 칠한 골판지 위에 은색 쿠킹호일을 적당히 구겨서 붙이고 그 위에 하얀색 물감을 물에 풀어 분무기로 뿌려 눈이 내리는듯한 느낌을 표현했다.여기에밝은 색의 포스터컬러로 자연스럽게 날짜를 써넣으 면 끝.
현재 慶씨집 벽에 걸려있는 11월 달력은 가을빛이 물씬 배어나는 소재들로 꾸며져 있다.미리 곱게 말려둔 단풍잎과 알록달록한 꽃잎들을 보기 좋게 배열해 붙이고 광목천에 검은 색 크레파스로 날짜를 써서 달았다.나뭇잎이나 꽃잎을 말릴 경우 헤어스프레이를 뿌려주면 형태와 색깔이 오래간다는 것이 慶씨의 귀띔.
『여름엔 휴가때 해변에서 주워온 조개.소라껍질을 이용하기도 하고 아이들 생일이 있는 달은 아이의 손바닥.발바닥을 물감으로발라 찍어 달력을 꾸밉니다.
달력 한장에 온가족의 꿈과 추억이 담겨있죠.』 慶씨집 달력은그저 달력이라기보다는 행복한 삶의 충실한 기록인 셈이다.
신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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