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사태-이원조 소환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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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6공 정치비자금의 원조(元祖)」라는 이원조(李源祚)전의원. 그동안 흑막에 가려있었던 李씨의 비리가 양파껍질 벗겨지듯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6共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금융기관의 신설,흡수.합병과정에서 막후 영향력을 발휘해 사례비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그중 일부를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그가 챙긴 액수가 얼마인지는 아직 그 규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검찰 수사가 곧 시작되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 김윤환(金潤煥)민자당대표위원이 18일 『李전의원과 금진호(琴震鎬)의원이 92년말 대선때 자금조성을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었다』고 밝힌 것도 그의 「활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새로운 한 대목이다.
이 부분은 특히 盧씨가 간접적으로 李씨등을 통해 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 진영에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과 관련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이번 수사에서 李씨가 한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5억원이상을 盧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김정호(金靖鎬)판사의 얘기도 李씨 양파껍질의 한 단면이다.
또한 수사당시에는 덮어졌지만 함승희(咸承熙)전검사가 동화은행비자금사건을 수사하면서 수백억원의 李씨의 계좌를 발견했고 李씨가 안영모(安永模)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잡은 것은 李씨의 화려하고 다양한 「활약상」 을 알게 해준다.이는 물론 앞으로의 수사에서 규명돼야할 핵심부분이다.
李씨는 국책사업과 이권 사업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대의자금을 받아 盧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대한선주 인수과정 개입 및 석유개발기금의 정치자금 전용의혹을 받아 90년 조사를 받기도 했다.
李씨를 둘러싼 억측과 의혹은 이처럼 한두가지가 아니나 정리해보면 ▶전두환(全斗煥).盧씨등에 대한 정치자금 조달▶대선자금 조성관여▶수뢰등 개인비리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대선자금 조성및 전달과 관련된 李씨 역할이 드러날지 여부가 이 사건 최대의 관심거리.
80년이후 비슷한 토양위에서 이루어진 정권교체 과정에서 李씨는 정치자금조성과 규모등 모든 내용을 훤히 알고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李씨에 대한 본격수사는 단순히 과거 비리에 대한 사후처리 성격이 아니라 현 정치권의 틀과 구도를 뿌리부터 뒤흔들 소지를 안고 있어 주목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李씨 수사는 盧씨 부정축재 수사의 최대걸림돌로 여겨져왔다.
그가 그동안 사법처리의 고비마다 정치권의 비호의심을 받으며 불사조처럼 건재를 과시해온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이 여론의 성화에 못이겨 소환된 李씨에 대해 개인비리 몇개만을 밝혀내 사법처리할 경우「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과 함께 불신만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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